동일 내용 재판에 위자료 금액 달라져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0부(재판장 강영수)는 최근 한센인 139명이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단종 3000만원·낙태 4000만원을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일괄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하게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위자료 산정방식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단종(남성)과 낙태(여성) 피해를 구분해서 위자료를 차등해서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 해석을 근거로 “다수 피해자가 같은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평등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가 한센인을 위한 정책을 펴온 점도 위자료 감액 이유로 삼았다. 한센인 강제 단종·낙태 수술의 또 다른 사건을 맡은 이 법원 민사26부(재판장 서경환)도 얼마 전 같은 결론의 판결을 했다.
문제는 두 사건의 위자료 2000만 원이 그대로 확정되면 배상금 지급에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껏 한센인 국가배상 소송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다섯 차례 제기됐다. 가장 진행이 빨랐던 3차 소송의 원고 19명은 2014년 4월 단종 3000만 원과 낙태 4000만 원의 위자료를 각각 인정한 1심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에서 그대로 유지돼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 올라갔다.
대법원 늑장 판결이 하급심 혼란 자초
대법원은 법률심이라서 2심 판결이 법률을 제대로 적용했는지만 따진다. 사실관계 확정 및 결론(위자료 책정)이 옳은지는 판단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법원 판결이 2년 넘게 지연되면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14년 11월 대법원에 접수된 해당 사건은 2년 동안 잠자고 있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대법원 국감에서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선에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선고 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은 “쟁점이 복잡하고 하급심에 다수의 동일 쟁점 사건이 있어 심층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박영립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위자료를 확정했더라면 서울고법에서 위자료를 낮추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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