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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지난 8일 경영 복귀 후 보름 만에 내놓은 ‘뉴 롯데’의 청사진을 보면 석유화학 부문(BU)에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이 롯데 재건을 이끌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면서 공격적 투자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롯데그룹 내 글로벌 성장을 이끌 핵심 계열사로 자리를 굳힌 모양새다.
롯데 재건 이끌 그룹의 ‘캐시카우’로
23일 롯데그룹이 발표한 향후 5년간 50조원의 투자계획에 따르면 4개 사업 BU 중 화학·건설에 20조원이 배정됐다. 실제 투자 비중도 총 금액 50조원 가운데 가장 많은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통과 관광·서비스 부문에는 각각 12조5000억원씩(25%), 그룹 모태인 식품에 5조원(10%)이 할당된 만큼 그룹의 핵심이 유통·식품에서 석유화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새로운 생산설비를 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만큼 M&A를 통해 발빠른 시장 공략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미 미국 현지에선 롯데케미칼이 다수의 화학 기업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탄크래커분해시설(ECC)은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이번 공장이 시운전을 마치고 차질 없이 내년 상업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여수·울산·대전 지역에 지속적인 설비투자 단행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 향상에 나서고 있다.
LG화학과 1위 놓고 자존심 싸움 치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 건 등 그룹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미 용지 매입까지 마쳤는데도 투자 결정이 미뤄져온 인도네시아 투자 건도 재추진 중이다. 조만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신 회장이 인도네시아와 미국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커졌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ECC 생산 공장 사업 초기에 신 회장이 현장을 직접 찾는 등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연말이나 내년초 방문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내달 1일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컨퍼런스콜 형태의 기업설명회도 연다. 시장과 소통 강화을 위한 행보로 읽힌다.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형제의 난 때마다 불거졌던 리스크도 줄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051910) 간 라이벌전(戰)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매분기마다 국내 화학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이 2조92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조9285억원의 LG화학을 근소하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