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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경기가 어려우니 장사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국내 여행으로 바꿨는데 막상 와보니 하루 30만원이 넘는 숙박비에 만원이나 하는 컵라면까지 정말 질렸습니다.”
휴가철 예정했던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가족들과 국내로 피서를 떠난 김정욱(44)씨는 휴가지에서 겪은 바가지 요금에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고 해외 여행만 다녔는데 아직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로 휴가철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좋은 일에 동참하려는 마음은 이내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피서지에서의 바가지 요금 때문. 더욱이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운영 중인 물가안정종합상황실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충청도 계곡으로 휴가를 다녀온 정모(42·여)씨는 “계곡에서 놀려면 평상 이용료로 10만원을 내라는 말을 들었다”며 “거기다 일박 숙박비용으로 30만원을 요구해 곧바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해수욕장도 문제가 여전하다. 강릉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 시민이 바가지요금으로 휴가를 망쳤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4인 가족으로 숙소를 예약해 1박에 25만원을 결제했다”며 “현장에 가니 아이들 1인당 2만원인 4만원, 바비큐 1인당 8만원 등 1박에 41만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출 목적별 소비 목록에서 음식·숙박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소비자 물가도 콘도 이용료와 국내 단체여행비는 전 달에 비해 각각 18.2%, 7.3% 올랐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 여행 물가 상승폭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휴가철 바가지 요금에 대응하는 정부 대책 역시 실효성이 없는데다 실태파악 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7~8월 피서지 부당 요금을 막기 위해 해마다 물가안정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부당 요금 근절 캠페인 등 일회성 행사만 반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계곡 평상 등 불법 영업장 같은 경우는 단속 근거가 있지만 숙박업 바가지 요금 근거도 없다”며 “지자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영애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속 근거도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규제 일변도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물가안정종합상황실 같은 대책보다 바가지 요금을 매기지 않는 기업이나 업소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