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보통신(IT) 분야의 벤처산업들은 시장의 유휴 자원을 흡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고급 인력들도 대기업에서 벤처 분야로 뛰어들었다. 결정적으로 1999년 코스닥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벤처캐피탈(VC) 부분으로 자본이 계속 유입됐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유래 없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이번 위기에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을 벤처 활성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당시 정부는 다양한 벤처 지원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벤처기업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고 뛰어난 인력과 자금을 확보했다. 이런 ‘벤처 붐(유행)’은 코스닥 시장과 결합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벤처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회사 가치가 껑충 뛰었다.
현재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유니콘’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기업평가액이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은 국내에 11개가 나왔다. 대부분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고 해외 업체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수익을 실현한다.
미국 보스턴 대학 마셜 밴 앨스타인 교수의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을 보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기존 파이프라인(Pipeline)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 모델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 설명했다. 디지털 경제가 성장하면서 플랫폼 신사업들이 출현하고 급성장하면서 적자를 보면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 시장의 룰(Rule·질서)이 바뀐 것이다.
벤처캐피탈이 과거의 전통적인 회계·재무분석 기반의 가치평가 방식으로 투자 심사를 하게 되면, 투자 결정도 느리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 신기술 기업 사업가, 기술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 교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투자 심사 방식으로 전환해 빠른 시장 상황을 투자 심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운영 방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