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벤처캐피탈, 다시 구원투수로 되려면

  • 등록 2020-07-24 오전 5:40:00

    수정 2020-07-24 오전 8:17:57

[전성민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1990년대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 경제는 엄청난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대기업 집단 상당수가 법정관리나 화의(和議·파산을 예방할 목적으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맺는 강제 계약)에 들어갔고, 살아남은 대기업들도 사업을 대폭 축소해야 했다.

하지만 정보통신(IT) 분야의 벤처산업들은 시장의 유휴 자원을 흡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고급 인력들도 대기업에서 벤처 분야로 뛰어들었다. 결정적으로 1999년 코스닥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벤처캐피탈(VC) 부분으로 자본이 계속 유입됐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유래 없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탈은 이번 위기에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은 정부는 경제 위기 상황을 벤처 활성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당시 정부는 다양한 벤처 지원 정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벤처기업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고 뛰어난 인력과 자금을 확보했다. 이런 ‘벤처 붐(유행)’은 코스닥 시장과 결합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벤처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회사 가치가 껑충 뛰었다.

유명한 사례로 옛 새롬기술을 들 수 있다. 이 벤처기업은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다이얼패드로 코스닥에 상장했고, 시가총액이 100배 이상 성장해 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그만큼 코스닥 시장이 벤처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유니콘’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기업평가액이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은 국내에 11개가 나왔다. 대부분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받고 해외 업체와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수익을 실현한다.

미국 보스턴 대학 마셜 밴 앨스타인 교수의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을 보면, 디지털 경제에서는 기존 파이프라인(Pipeline) 비즈니스 모델이 플랫폼(Platform) 비즈니스 모델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 설명했다. 디지털 경제가 성장하면서 플랫폼 신사업들이 출현하고 급성장하면서 적자를 보면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 시장의 룰(Rule·질서)이 바뀐 것이다.

스마트폰 도입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되고 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사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몇년 사이에 매출이 수백 배 이상 증대된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그 좋은 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에 글로벌 VC들과 공조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모 있는 투자와 네트워킹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벤처캐피탈이 과거의 전통적인 회계·재무분석 기반의 가치평가 방식으로 투자 심사를 하게 되면, 투자 결정도 느리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 신기술 기업 사업가, 기술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 교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투자 심사 방식으로 전환해 빠른 시장 상황을 투자 심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한 운영 방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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