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진대제 "車반도체 시장 작아…삼성, M&A 나서지 않을 것"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해소에 6개월 이상 걸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지배력 공고해
정부, 반도체 인력 육성하고 배터리 분야 지원해야
4차 산업혁명 분야 총괄할 산업부총리 필요
  • 등록 2021-03-03 오전 5:00:30

    수정 2021-03-03 오전 7:09:50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산업에디터, 정리=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이미 다른 품목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회장은 지난달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현상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진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당분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진 회장은 “트럼프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미국이 아직 힘이 세다. 화웨이, SMIC를 제재하니까 주춤거리고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따라오긴 할테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진 회장은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인력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배터리 분야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부총리제를 신설해 자율주행차, 드론,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분야를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이 지난달 22일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진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 수급 불균형 상황이 왜 일어났고, 언제쯤 해결될지 궁금하다.

△자동차 업계가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 한 걸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벤츠 등 업체들은 자동차에 쓰이는 특수 반도체를 주문해서 쓴다. 보통 6~8주 정도 걸린다. 수요 예측을 잘못하면 반도체가 모자라게 된다. 차가 안 팔릴 것으로 보고 주문을 적게 하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다른 제품으로 생산을 돌린다. 결국 1~2달러짜리 자동차 반도체 때문에 1만~2만달러짜리 자동차를 못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큰 캐파를 갖고 있지 않고,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이 주로 만든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수급이 빨리 안정되지 못한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삼성이 나서도 6개월~1년 걸린다. 메모리 반도체가 부족하면 삼성전자 대신 SK하이닉스 제품을 쓰면 되지만, 인피니온이 만들던 차량용 반도체를 갑자기 삼성이 만들 수 없다. 자동차 개발에서 생산까지 5~6년이 걸리는데, 중간에 반도체 공급 업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 입장에서 별로 큰 시장이 아니다. 그 분야에서 M&A를 하지는 않을 걸로 본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ECU(전자제어장치), TCU(변속기제어장치) 등을 필요로 할 수는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해서 회사를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해 삼성전자 등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비메모리든 메모리든 다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당장 캐파를 늘릴 수도 없다. 그래서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된다. 앞으로 몇년간 실적이 굉장히 좋을 거다. 메모리 반도체 만드는 회사 3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수요에 따라 이익이 확 늘어나느냐, 못 늘어나느냐, 그 차이다. 견조한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하고 나선 게 5년이 넘었는데 이 상태다. 내재화가 국가적 전략이지만 쉽지 않다. 삼성 사람들 데려가려고 애를 써도 쉽게 안 된다. 과거에는 진대제 한 명만 데리고 가면 다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명 데리고 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렵게 데리고 왔는데 이거밖에 못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중국이 결국 따라오긴 하겠지만, 시간이 걸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어떤가. 1위 TSMC와 삼성전자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다 만드는 회사이다보니 애플 같은 경쟁사가 물량을 삼성 파운드리에 다 줄 수는 없다. 삼성이 파운드리로 1등을 하기는 쉽지 않고, 1등을 할 필요도 없다. 삼성은 종합 반도체 회사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다 합쳐서 1등 하면 된다. 지금 삼성이 잘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삼성 파운드리 혼자서는 힘이 약하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을 투자할 수 있지만, 삼성 파운드리 혼자 그렇게 못 한다. 지금처럼 종합적으로 힘을 갖고 있는 게 훨씬 낫다. 삼성전자가 건재한 것은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는 인력 양성을 해줘야 한다. 반도체 분야의 제일 큰 문제는 대학 관련 학과에 학생들이 가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를 가르칠 사람도 없다. 이런 현상이 30년 전부터 계속 되고 있다. 스캐너 장비 한 대가 4000만달러다. 회사도 구입하기 어려운데, 학교에서는 실습이 불가능하다. 설계밖에 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칩을 만들어보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산업 현장과 괴리가 너무 크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신경써야 한다.

-다른 산업은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반도체보다는 배터리 분야에 정부가 도움을 줘야 한다. 국내 배터리 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세 곳인데, 세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산업부총리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자율주행차 주무부서가 어디인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다 연관이 돼 있다. 경제부총리가 자율주행차, 드론, 인공지능 이런 거 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예를 들어 화재 진압을 위한 드론이 필요하다면, 소관부처인 국토부가 드론을 개발할 수는 없다. 드론에 필요한 인공지능은 과기부가, 드론 제작은 산업부가 주무부처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산업은 다 기술이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산업부총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 사장까지 지낸 입장에서 기업 규제 3법 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기업을 옥죄는 법이 너무 많다. 대표이사가 감옥에 갈 수 있는 법, 규제 등이 1000가지쯤 된다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감옥에 가는 거다. 그런 것들 때문에 기업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너무 노동자 편이라는 게 문제다. 노동자들을 돕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서 양극화 현상을 없애는 건 맞다. 그러나 기업을 옥죄서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니다. 세금도 너무 심하게 내라고 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꺽는 거다. 기업은 돈 벌려고 하는 건데, 그 의지를 꺽는 건 말이 안 된다. 물론 기업이 잘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화해서 두들겨 잡는 건 문제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감에 따른 경영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감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경영을 할수 있다면 회사 전체에 좋지만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 다 형량을 치르면 당당하게 경영권을 행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1952년 경남 의령 출생 △경기고 △서울대 △서울대 전자공학 석사 △미 스탠포드대학원 전자공학 박사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연구원 △삼성전자 중앙연구소장 △삼성전자 대표이사(디지털미디어총괄) △정보통신부 장관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 △서울시혁신성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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