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때문에 동네 열쇠공들이 밥줄 끊긴 사연

생활안전 분야 신고건수 해마다 증가…전체 출동의 52.5%
단순 문개방 신고 많아지면서 열쇠업자 일거리↓
250명씩 응시하던 열쇠관리사자격증, 지난해 9명으로 '뚝'
소방청 '생활안전 출동 거절기준' 마련 4월중 시행
"제도보다 성숙한 시민의식 가져야…소방관은 심부름꾼 아니야"
  • 등록 2018-04-09 오전 6:30:00

    수정 2018-04-09 오전 6:30:00

사진=중랑소방서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열쇠업자 김성철(가명)씨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예전에는 각 집의 현관문에 붙여놓은 연락처 스티커를 보고 일거리가 심심찮게 들어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동네 사람들이 열쇠 분실 등으로 문을 열기 불가능해지면 김씨 대신 119에 문개방 출동 신고를 하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화재 진압 등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고 출동해야 하는 소방관들이 단순 문 개방이나 벌집제거 등 생활안전출동이 잦아지면서 애꿎은 열쇠공들만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방관이 불요불급한 출동을 거절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를 만드는 한편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단 119에 신고부터 하는 시민들의 의식수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8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가공인열쇠관리사 1·2급 시험 응시자는 지난 2010년 256명에서 지난해 9명으로 급감했다. 열쇠관리사는 잠금장치에 대한 기초이론과 키 제작 능력, 금고수리, 소방서와 군부대 등 요청시 잠금장치 관련 교육 등을 하기 위한 자격시험이다. 한국열쇠협회가 발급한다.

열쇠협회 관계자는 “열쇠업은 자유업이라 업자들의 조직화가 어렵고 관련법이 없어 열악하다”며 “시민들이 문 개방이 필요할 때마다 무료인데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믿을수 있는 119에 신고하는 건수가 많아지면서 열쇠업계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방청에 문 개방 신고가 들어왔을 때 협회에 이관하도록 하는 업무제휴를 맺으려고 시도했지만, 열쇠공들을 조직화하기 어려워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구조출동건수 80만5194건 중 생활안전출동건수는 42만3055건으로 52.5%에 달했다. 2013년 28만39건에서 5년 사이 50% 가량 급증했다. 이중 잠금장치 개방이 7만194건(16.5%)으로 세번째로 많다. 벌집제거가 15만8588건(37.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물포획(12만5423건·29.8%)다.

특히 도시에서 ‘문열어 달라’는 출동요청이 많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발간한 ‘재난 및 안전사고 분석·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2016년 사이 ‘잠금장치 개방 관련 출동’은 총 4만8255건으로 전체 안전사고 대응활동의 70%에 달했다.

이에 소방청은 비긴급 생활안전 신고를 거절할 수 있는 세부기준을 마련해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출동상황을 ‘긴급, 잠재긴급, 비긴급’ 3가지로 구분해 긴급은 소방관서 즉시 출동, 잠재긴급은 소방관서나 유관기관 출동, 비긴급은 유관기관, 민간이 출동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잘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방관을 심부름꾼 취급하는 잘못된 시민의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관계자는 “구급차가 무료라는 점을 악용해 차가 밀릴 때 일단 신고해서 구급차를 불렀다 병원에 도착하면 걸어서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국가세금과 행정력이 동원되는 소방 시스템을 사유물로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동 거절지침을 세세하게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상황의 긴급 여부는 출동을 해봐야 알 때가 많다. 이보다 앞서 119는 진짜 위급할 때만 부른다는 시민의식을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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