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1분에 100봉 넘게 ‘바사삭’…30년간 1위 '포카칩'

품질 좋은 감자 얇게 썰어 식감 살린 게 주효
한국과 베트남 감자 농가와의 상생 모델
  • 등록 2019-02-21 오전 6:30:00

    수정 2019-02-21 오전 9:50:5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서울올림픽 준비로 분주하던 1988년 7월. 유럽 등 선진국에서나 먹던 과자가 국내 출시됐다. 생감자를 얇게 잘라서 만든 ‘포카칩’이다. 이때부터 밀가루·옥수수 일색이던 한국 과자 시장에 생감자 바람이 불게 됐다.
포카칩 첫 출시 당시 봉지 디자인
당시 한국 사회는 고도성장의 정점을 찍고 있었다. 배고픔의 시대를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하는 시대가 됐던 것. 포카칩의 출현은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었다.

포카칩은 미국 펩시그룹 계열사 ‘펩시코’와 오리온의 합작사 ‘오리온프리토레이’에서 만들었다. 생감자칩이 생소하던 당시 포카칩은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고 과자 업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감자의 원형을 살린 색다른 형태와 독특하게 첨가된 양파 맛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1994년에는 포카칩이 감자칩 시장 1위에 올랐다. 2012년에는 감자스낵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지금도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과자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포카칩 오리지널
지난 30년간(1988~2018년) 포카칩이 올린 누적 매출액은 1조4000억원 가량이다. 판매 개수로 환산하면 17억 봉지에 달한다. 30년 동안 1분에 100봉 이상씩 팔린 셈이다.

포카칩을 만들면서 오리온이 사용한 감자 수만 22억 개다. 10t 트럭 4만대 분량이다. 국내 감자 농가 입장에서 포카칩은 고마운 존재다. 안정적으로 많은 양의 감자를 소비할 수 있어서다. 오리온은 포카칩으로 농가와 상생을 실현하고 있다.

감자 본연의 맛이 인기 핵심

오리온은 포카칩의 인기 비결 중 첫 번째로 질 좋은 감자를 들었다. 100% 생감자로 만드는 과자인 만큼, 감자 선별이 먼저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1988년 민간 감자연구소를 설립했다. 국내 과자 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감자 스낵에 맞는 품종 개발과 종자 생산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좋은 감자도 때가 있다. 수확 시기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진다. 오리온은 6월부터 11월까지 갓 수확한 햇감자를 으뜸으로 꼽는다. 제철 과일이 가장 맛이 좋듯 이 기간 생산되는 감자 맛이 최고라는 얘기다.

오리온 감자연구소 내 ‘감자 저장소’ 이미지.
포카칩 감자의 주산지는 전라남도 보성과 충청남도 당진, 강원도 양구다. 이들 지역에서 수확한 감자는 청주 공장으로 곧장 옮겨진다. 되도록 신속하게 가공해 햇감자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햇감자를 먹기 좋게 잘라내는 ‘황금두께’도 포카칩의 경쟁력이다. 생감자칩의 경쟁력은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식감에 있다. 이 식감은 과자의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

포카칩의 두께는 1.3mm 안팎이다. 감자내 고형분(대부분 전분) 함량에 따라 0.01mm 단위로 바뀐다. 이 0.01mm가 식감의 차이를 만든다. 오리온 연구원들은 매해 다른 감자의 특성을 분석해 잡아내야 한다.

사실 감자는 1mm 단위로 균일하게 썰기가 쉽지 않다. 감자의 모양 자체가 일정치 않은 이유가 크다. 생감자칩 제조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얇게 자른 감자를 튀기는 것도 문제다. 국내 토종 감자는 얇게 잘라 튀기면 검게 멍이 들곤 한다. 이런 이유로 1990년대까지 스낵용 감자는 전량 미국과 호주 등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포카칩의 제조와 유통을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으로 감자를 공급받을 필요가 있었다. 장기간 배에 실려 오는 수입 감자는 신선도 면에서 국산에 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식량 가격에 따라 감자 가격이 널뛰는 것도 부담이었다.

이런 필요성을 절감한 오리온은 포카칩 출시 직후부터 스낵용 국산 씨감자 개발에 착수했다. 천신만고 끝에 오리온은 1990년 가공용 감자 생산에 성공했다. 한국 감자 과자의 새 장이 열린 것이다.

2001년 오리온은 새로운 감자 개량 품종인 ‘두백’을 선보였다. 두백은 한국 토질과 지형에 적합한 품종으로 튀겼을 때 갈색 반점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고형분의 함량도 높아 생감자칩 원료로 제격이었다.

포카칩으로 시작된 감자 농가와의 상생

포카칩은 국내 감자 농가 수입 증대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도 오리온은 감자 재배 우수 농가 500여곳과 계약을 맺고 2만t의 국내산 감자를 구매한다. 이렇게 구매한 감자는 포카칩과 ‘스윙칩’ 등 오리온의 생감자칩 생산에 사용한다. 국내 식품업계 기준으로는 최대다.

오리온 관계자는 “감자 품종 개발에 그치지 않고 선진 영농기술을 감자 농가에 보급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면서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재배 기술로 농가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타’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에서 팔리고 있는 포카칩
포카칩의 성공 방정식은 베트남 시장에도 적용됐다.

베트남은 최근 1980년대 한국처럼 급격한 경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자 문화도 고급화의 길을 걷고 있다. 덕분에 ‘오스타’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포카칩은 베트남 생감자 스낵 시장 점유율 30~40%를 차지하고 있다. 해조류맛, 스테이크맛 등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전략도 적중했다. 여기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이 몰고 온 한류 바람은 포카칩 판매에 훈풍을 몰고 왔다.

포카칩과 감자 농가와의 상생은 베트남에서도 재현됐다. 오리온 베트남 현지 법인은 베트남 내 1만5000여 감자 농가와 계약을 맺고 연간 1만t에 달하는 감자를 구입하고 있다. 한국처럼 지역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면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이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

포카칩도 한 때 여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제품 보호를 위해 봉지 안에 주입한 질소가 ‘과대 포장’ 오해를 불러 일으키며 논란이 됐다.

지난 2014년부터 오리온은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질소과자’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먼저 오리온은 공정 단계부터 과자가 부서지지 않도록 했다. 균일한 크기의 감자를 선별하고 포장 기계의 진동 횟수를 늘리는 등의 생산 공정을 개선했다. 덕분에 포카칩의 제품 내 빈 공간 비율을 25% 미만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환경부에서 정한 ‘봉투 포장 과자류’ 허용치 3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15년 9월에는 가격 변동 없이 양을 10% 늘렸다. 60g 규격 제품은 66g으로, 124g 규격 제품은 137g으로 용량이 늘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