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안돼 끌려다니다 왔네요"…코로나 검사 `높은 장애의 벽`

장애인들, 선별진료소 내 코로나19 검사에 불편 호소
마스크 착용에 구화 불가능…수어통역사 대동 어려워
일부 청각장애인용 `그림 문자판` 도입…영상안내 필요
"또다른 감염병 발생 대비해 장애인 지원매뉴얼 절실"
  • 등록 2020-03-29 오전 9:56:57

    수정 2020-03-29 오후 7:15:54

[이데일리 손의연 김은비 기자] “의사소통이 안 돼 끌려다니면서 검사를 받으니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불쾌하기도 했어요.”

청각장애인 A씨는 최근 열과 기침이 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인근 보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신속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장애인을 위해 영상통화와 문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1339 카카오톡방에 문자를 보냈을 때도 다음날 연락이 오는 등 신속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진료소를 갔을 때도 검사에 대한 내용이나 절차를 안내받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기구인 AAC 그림판을 배부하는 모습. (사진=용인시)


선별 진료소 찾는 장애인들 “의사소통 어려워”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장애인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보건소 관계자, 의료진과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청각 장애인들은 말하는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대화를 하는데 모두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 구화가 불가능하다. 방역물품 문제로 수어 통역사가 매번 동행하기도 어렵다. 언어·발달장애인은 본인 증상을 정확히 말로 표현하지 못해 검사 절차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기도 한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선별진료소에서 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전혀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 중 청각장애인들이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농아인협회 등에서 자체 지침을 만들어 개인에게 안내를 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는 이같은 일이 아직까지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의식 부족’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사무국장은 “검사 과정이나 안내 지침을 영상으로 만들어 장애인이 진료소를 방문하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제안했지만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수어통역사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보건소에서 인지가 제대로 안 돼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 한 구 보건소 관계자는 “선별진료소를 온 장애인을 위한 지원책은 따로 없다”면서 “아직까지 검사에 좀 더 중점을 두다 보니 고려하지 못했는데 조치를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 또 올 것…장애인 세부 지원 방법 생각해봐야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좀더 귀기울여 보다 세심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지자체에선 보완 대체 의사소통 수단인 ‘ACC 그림판’을 각 선별진료소에 배부하기도 했다. AAC 그림판은 미리 정해진 그림, 글자를 예시해 장애인과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자체가 장애인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간단한 조치다.

서울시에선 25개 자치구 중 마포·은평·구로·성동·서대문·구로구 등 6개구가 보건소에서 AAC 그림판을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에선 용인시와 부천시, 고양시 등이 AAC 그림판을 배부했다. 마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AAC는 원래부터 있던 의사소통 기구로 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큰소리로 안내하는 과정에서 피로가 가중되는데, 그림판을 통해 장애인은 물론 일반 시민도 보다 편리하게 진료와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이런 감염병 확산 사태가 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ACC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이진 않다”면서 “아직 사회 약자가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 노출됐을 때 대응하는 시스템과 대응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김 활동가는 “메르스, 코로나19처럼 앞으로 감염병과 재난 사태는 또 올텐데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세부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떤 때 장애인 지원을 해야할지, 수어통역사나 의사소통 보조인을 언제 투입할지 등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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