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만에 협상테이블..'아예 호봉제 돌아가자' 금융노조 몽니

노조, 임금인상률 ‘4.7→3.6%’로 낮춰 합의에 총력
사측, 외환위기後 성과연봉제 ‘정착 단계’…“직무급제 선행돼야”
  • 등록 2017-11-29 오전 6:00:00

    수정 2017-11-29 오전 8:27:00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가 지난 2일 ‘하나금융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 발대식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하나금융적폐’라고 적힌 상자를 발로 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제공]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금융권 산별중앙교섭이 지난해 4월 중단된 이후 1년 7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성과연봉제 자체를 아예 무산시키려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입장으로 인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오는 29일 제3차 산별교섭을 개최한다. 지난 1일과 16일 각각 1·2차 대표단 교섭을 진행한지 2주일 만에 금융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금융노사 양측은 모두 하영구 사용자협의회장 임기가 이달 30일로 끝나는 점을 감안해 임기 만료 직전일인 29일 최종 타결을 시도 중이다.

금융노조는 일반직원 임금 인상률을 4.7%에서 3.6%로 낮춰 임금인상 합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측 역시 저임금직군 임금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합의안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9일 최종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 회장을 비롯한 사용자협의회는 새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직무급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급제란 직무별 전문성이나 난이도, 업무 성격에 따라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인사시스템이다.

사측은 이미 은행권에는 공공기관에 비해 성과연봉제가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존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친노조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번 기회에 과거 호봉제 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정착 단계에 있다. 영업점 단위의 집단 성과연봉제로 대부분의 국내은행은 일반직원에게 호봉에 따른 본봉과 영업점 성과에 따라 80~120%로 차등 지급되는 상여금(성과급)을 지급한다. 1~3급의 간부급만 개인평가를 실시해 일부 성과급을 차등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고객 수익률 등 다양한 고과지표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작업이 3년째 이뤄지고 있다”며 “직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다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2014년 하반기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성과주의’를 도입해 그 이듬해인 2015년부터 리테일 지점까지 확대 시행해 본격화했으며, 판매된 펀드 수익률도 따진다. KB국민은행도 2015년부터 지점 핵심성과지표(KPI) 중 하나로 고객 수익률을 점수화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2016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뛰어난 영업성과를 올린 프라이빗뱅커(PB) 출신 여성 지점장을 영업본부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도 작년부터 고객 수익률만으로 파격 승진 인사를 실험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2년 동안 성과연봉제, 즉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심각한 노사갈등이 빚어졌다”면서 “직무급제 관련 내용은 논의조차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못 박았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29일 산별교섭 타결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성과연봉제로 오랜 기간 파행을 맞은 금융노사가 어렵게 산별교섭 복원까지는 성공했지만 뚜렷한 입장 차이로 노사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시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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