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위기 공포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까지 확산되면서 신흥국 전반에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신흥국 통화가치를 보여주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통화지수는 최근 엿새 중 5일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1590선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근 1년 4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신흥국 통화 가치가 더 하락한 것은 남아공과 인도네시아 때문이다. 남아공은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했다는 소식에 란트화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2009년 이후 9년만에 처음으로 경기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이 소식에 란트화는 3.2%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나흘 연속으로 상승한 것도 신흥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6일에 중국산(産) 수출품 2000억달러 어치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공식화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 호조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크 저키스 소시에떼제네럴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화가 승리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달러화가 크게 더 올라갈 것으로 보진 않지만 다른 신흥국 통화에 비해서 강해질 수 있는 이유는 굉장히 많다”며 “달러화가 강해질수록 신흥국 통화는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흥국 자산 전체에 대한 투자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JP모건프라이빗뱅크 글로벌 투자 전략가도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이머징마켓은 투자하기 좋은 자산이지만 현재는 매수하기 이르다”며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달러화가 강해지는 한 신흥국 자산 매수는 늦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