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해 쏟아낸 독설이다.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이날 4차례 추가 입장을 발표하며 선전 총공세를 벌였다. 특히 김여정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제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고, 북한 매체는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을 다시금 꺼내 들었다.
북미·남북관계 교착에 따른 불만을 표출·압박하는 동시에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내부 민심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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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금강산·개성공업지구에 군부대를 배치하고, 비무장지대 내 철수했던 감시초소(GP)를 다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한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곧바로 본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문 대통령의 6·15공동선언 20주년 발언을 겨냥해 “맹물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다”고 혹평했다.
북한이 연일 대남 비난을 쏟아내며 남북관계를 단절로 몰고 간 배경에는 우리 정부를 향한 실망감 외에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 내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정상회담 결렬 후 북미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경제난 해결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북중 국경까지 폐쇄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에 빠졌다. 북한의 보유 외화(달러)가 2023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경우 북한의 ‘마이웨이’는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특사제안을 거부하고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상당 기간 남북관계의 단절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전단지 문제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과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특사 등의 제안은 실효성이 없다. 전단지 살포에 대한 확실한 방지법 마련이 먼저”라고 했다.
다만 북측이 ‘남북관계 파국 수순을 밟는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마지막 보루는 남겨놨다는 분석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여지는 살려놓는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이 일종에 악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김 제1부부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 김 위원장 후계체제 구축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도 끊임없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