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의 지구 한바퀴]⑩푸에르토 나탈레스, 한 템포 `휴식`

토레스 델 파이네 입성..에코캠프 파타고니아
  • 등록 2015-07-11 오전 7:00:35

    수정 2015-07-11 오전 7:00:35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남미대륙의 끝 푼타 아레나스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려 푸에르도 나탈레스(Puerto Natales)에 도착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이나 베르나르도 오 히긴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한 관문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트레킹을 위한 음식과 장비를 최종적으로 점검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 버스터미널. 리노베이션 했는지 생각보다 깔끔하다. 사진=김재은 기자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특별한 일정은 없다. 저녁 무렵 도착한 버스터미널에서 내일 토레스 델 파이네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택시를 타곤 웨스카 랏지(Weskar lodge)로 향한다. 뷰가 좋아 선택한 숙소다. 우리 방에서 알 미란테 몬트(Al mirante Montt)만이 훤히 보인다.

이렇게 로맨틱한 숙소에서 우리가 처음 한 일은 밀린 빨래하기. 그동안 쌓아뒀던 양말 등을 빨아 히터 위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 장소는 늘 그렇듯 호텔에 물어 추천받은 곳이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의 숙소. 웨스카 랏지(Weskar lodge)의 멋진 뷰. 신행이라고 했더니, 웰컴 샴페인도 준비돼 있다. 사진=김재은 기자
산티아고에서 공항에 데려다주던 기사가 파타고니아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꼬르데로(Cordero)와 센톨라(Centolla)를 꼽았기에 레스토랑에서 찾아 주문했다. 물론 와인 한 병도 빠지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만난 나탈레스 사람들은 여유있게 음식을 즐기며 수다를 떤다. 사실 수다라고 하기엔 좀 많이 시끄럽다.

Centolla는 킹크랩같은 게 요리이고, Cordero는 양고기다. 빠질 수 없는 와인도 한병. 사진=김재은 기자
먼저 나온 와인을 한 잔 하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꼬르데로는 양고기이고, 센톨라는 킹크랩같은 게 요리였다(사진을 보니 양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주문한 것 같다). 안주도 훌륭하고, 분위기도 좋고, 와인 한 병으로는 부족해 한 병을 더 마셨다. 알딸딸하게 취해 호텔을 찾아오는데, 길이 헷갈린다. 어두컴컴해진데다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어찌어찌해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웨스카 랏지에서의 조식. 멋진 뷰이지만, 안타깝게도 부슬부슬 비가 온다. 사진=김재은 기자
다음날 아침 거대한 알 미란테 몬트 만이 훤히 내다보이는 호텔 식당에서 조식을 먹고, 여유있게 마트도 들른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엔 우니마크(Unimarc), 돈 보스코 등 2개의 큰 마트가 있다. 우리는 우니마크에 들러 캔 홍합이며, 맛좋은 아스트랄 캔맥주, 햄, 과자 등을 샀다. 보관이 용이하게 단돈 3000원에 보냉이 되는 찍찍이가 달린 가방도 2개 마련했다(이 가방은 아직까지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 나중에 먹어보니 캔 홍합은 정말 최고의 안주였다는…. 왜 한국엔 없을까? 마트에서 판다면 꼭 사먹을 의향도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묵은 웨스카 랏지. 사진=김재은 기자
장을 본 우리는 간단히 시내에서 점심을 해결하고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택시를 불러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택시에 타려는데 바람이 워낙 거세 택시 문이 잘 닫히질 않는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가 맞구나 싶다.

신랑이 어제 토레스 델 파이네행 버스를 예약했는데, 우리가 탄 버스는 작은 32인승 버스다. 큼지막한 버스도 많은데, 왜 하필 같은 돈을 내고 이 버스를 예약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여유있게 3팀만 타고 토레스 델 파이네로 출발했다. 다행히 지금은 날씨가 맑다. 처음 보는 풍경들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토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에 만난 웃긴 ‘액션가면’ 소들. 사진=김재은 기자
그중 제일 인상 깊은 건 우리나라에도 흔한 ‘소’다. 소들이 길을 막고 지나가면, 버스가 멈춰서서 기다리는데, 소떼중에 몇몇은 ‘짱구가 액션가면을 쓴 것처럼’ 얼굴부분만 하얗다. 처음 볼 때는 너무 웃겼고, 다시 봐도 신기하다. 얼굴만 어떻게 저리 하얄 수 있을까?

토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사진=김재은 기자
빙하가 녹아내린 푸르디 푸른 호수와 푸른 풀밭, 저 멀리 만년설이 쌓여있는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자연 그대로의 신비가 느껴지는 듯 하다. 얼마쯤 왔을까. 내려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 들어가기 전 주의사항과 설명을 듣는다. 우리의 이름도 쓰고, 사인도 했다. 2012년 1월에 이스라엘인이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안에서 캠핑을 하다가 불을 내 수많은 나무들이 타 버렸다고 한다. 절대 주의하라고 거듭 당부한다.

토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사진=김재은 기자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니 바톤터치하는 지점이 나왔다. 버스에서 내려 각자 숙박지에 맞게 차를 갈아타는 곳이다. 에코캠프 파타고니아로 가는 지프를 탔다. 신랑과 나 우리 둘 뿐이다. 우리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토레스 델 파이네 4박5일 W트레킹을 할 수 없어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호텔을 숙소로 택했다. 에코캠프 파타고니아(Ecocamp Patagonia). 친환경 호텔로도 유명한 이곳은 미국 ABC뉴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에코 휴양지에도 뽑혔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에코캠프 파타고니아. 푸에르토 나탈레스와 엘칼라파테 중간지점에 있다. 사진=구글맵.
숙박비 역시 만만치 않지만, 우리는 시간이 더 중요해 돈을 좀 더 쓸 수 밖에 없다. 여기선 일일투어로 토레스 델 파이네를 보고 올 수 있는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무려 8시간을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꼭 보고 싶었기에 ‘연중행사’로 등산을 하는 나도 걷기로 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에코캠프 파타고니아 호텔. 돔형태의 숙소들이 이색적이다. 사진=김재은 기자.
드디어 국립공원안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다. 돔 형태로 된 객실들이 여기저기 위치한다. 외계 행성에 온 것 같기도 하다. 지배인에게 몇 가지 설명을 듣고 체크인을 했다. 그런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몇 시간 전만해도 날씨가 맑았는데, 비가 오다니…. 날씨가 하루에도 열 두번씩 변한다는 파타고니아가 맞구나 싶다. 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지만, 토레스 델 파이네 일일 투어를 해야하는 내일은 맑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에코캠프 파타고니아에서 한 컷. 저 구름뒤에 파이네의 3봉이 보여야 하는데 흐려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파이네의 탑이라는 뜻이다. 사진=신랑
흐리고 비가 온다면, 토레스 델 파이네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올 수 있다. 걱정을 가득 안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부분이 50~60대이고, 일부 젊은 사람들이 있다. 뭘 직접 해먹을 수도 없는 환경이라 호텔 예약시 풀보드로 신청했는데, 와인까지 몇 종류가 제공된다. 테이블당 1개씩. 음식도 생각보다 훌륭했다.

에코캠프 방 안에 있는 난로. 생각보다 매우 따뜻하다. 사진=김재은 기자
원시의 자연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토레스 델 파이네에도 어슴프레 어둠이 깔리고, 밤이 찾아왔다. 구름 사이로 별도 제법 보인다.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안에서 맞는 첫 날이라 그런지 설렌다. 아직 흐린 날씨에 불안하긴 하지만, 내일은 맑게 개일거라 기대하며…. 친환경 호텔답게 나무장작을 땔 수 있어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는 잠을 청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 딱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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