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참지 않겠다"…들불처럼 번지는 '#미투'

'#미투' 운동 사회 전반 확산 조짐..#위드유도 동참
온라인 익명게시판 고발글 쇄도…청원·단체행동까지
직장 성희롱 신고 2013년 285건서 작년 558건 급증
  • 등록 2018-02-05 오전 6:30:00

    수정 2018-02-05 오전 6:30:00

서지현(45)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조직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지난달 29일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투’란 해시태그 및 ‘피해자가 더 당당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등 응원문구들과 함께 서 검사를 응원하는 게시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이데일리 김보영 장병호 기자] 지난달 29일 서지현(45)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조직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후 서 검사에 대한 응원과 함께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재계를 비롯해 대학가와 문화계 등 사회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미투 운동의 확산이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고 성폭력 인식 변화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 검사에 동질감”…너도 나도 ‘미투’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는 지난 1일 직장 내 성폭력 제보글을 게재하는 ‘미투’ 게시판을 개설했다. 4일 현재 해당 게시판에는 500개가 넘는 제보글이 게재됐다. 서 검사의 폭로가 도화선이 됐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투’란 해시태그와 함께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성폭력 사건을 겪은 점을 밝혔고, 이효경 경기도의회 의원과 임보영 뉴스타파 기자 등 여성 정치인과 언론인도 과거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잇달아 고발하면서 논란은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이후 누리꾼들은 SNS와 대학 커뮤니티 등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미투’, ‘위드유(withyou·함께 하겠다)’란 해시태그를 달고 서 검사에 대한 응원글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엔 미투란 해시태그로 올려진 게시글들만 5000여개 정도다.

대학생 송모(23·여)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교수님, 학교 선배 등 일상 곳곳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면서도 “집단 분위기를 망칠까봐, 나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적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서 검사처럼 명망있고 권위 높은 직업을 가진 사람마저도 성폭력 피해 노출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며 “더 이상 여성들이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해 미투 운동에 동참 중”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원 장모(27·여)씨는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적 있는 주변 친구 및 동료들이 많이 용기를 내고 있다”며 “우리 회사 내부에서도 직장 내 성추행 피해 실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단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서 검사 성추행 사건 가해자 및 관계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에 수만명이 지지를 보냈다. 지난 1일 전국의 여성단체들은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근 5년(2013~2017년)간 고용노동부에 신고접수된 직장내 성희롱 사건. (그래픽= 이서윤 기자)


직장 성희롱 신고 4년 만에 2배 증가…‘참지 않겠다’ 인식 변화

직장 내 발생한 성희롱에 대한 신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가 접수된 사건은 2013년 285건에서 2014년 392건, 2015년 393건, 2016년 424건, 지난해 558건까지 증가했다.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고용부는 연 2만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모든 근로감독에 ‘직장 내 성희롱’ 분야를 포함시켜 예방교육 실시 여부 및 사업주 조치 여부 등을 점검하는 등 피해 근절을 위한 지도, 감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미투 운동의 급격한 확산이 ‘더 이상 참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여성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영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이 성폭력을 비롯한 부당한 현실을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며 “이같은 인식 변화 속에서 문화계를 중심으로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성폭력 피해자들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서는 가해자와 가해자를 옹호하는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소위 ‘꽃뱀론’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며 “이번 미투 운동의 열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며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관계 당국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가해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관계자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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