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전설' 유상호vs'대부' 정영채…발행어음시장 진검승부

'11연임' 최장수 유상호 vs IB업계 '브랜드' 정영채
첫 경쟁 무대 단기금융업…승기 누가 잡나
  • 등록 2018-06-05 오전 6:45:33

    수정 2018-06-05 오전 7:41:20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내로라하는 수많은 강자를 제치고 정상에서 만난 두 무림(武林) 고수가 있다. 30년 전 한 문파(門派)에서 꿈을 키워온 각별한 사이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다. 두 고수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시장에서 맞붙는다. 정작 두 사람은 이런 경쟁 구도를 좋아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이들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본시장을 한 단계 발전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전설의 제임스(James) vs IB업계 대부(代父)

이들을 굳이 무림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한투증권과 NH증권이 초대형IB 선발주자라는 공통점 외에도 두 사람이 걸어온 발자취가 비슷하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88년 당시 업계 1위였던 대우증권에서 증권사 생활을 시작했다. 다만 걸어온 방식은 조금 달랐다. 유 사장이 날카로운 판단력을 앞세운 ‘검(劍)’의 길을 걸었다면, 정 사장은 IB 외길을 걸어온 ‘도(刀)’다.

은행맨이었던 유사장은 당시 대우증권 국제부 경력직으로 입사했고 1992년부터 7년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을 지냈다. 이때 생긴 별명이 ‘전설의 제임스’다. 제임스는 그의 영문이름으로, 영국 현지에서 주식 세일즈를 하며 당시 전체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이러한 별명이 붙었다. 현재의 한투증권(옛 동원증권)에 둥지를 튼 것은 2002년이다. 유 사장은 당시 IB본부 및 법인·국제영업본부 총괄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2007년에는 한투증권의 최연소 사장에 오르며 올해까지 11연임 업계 최장수 CEO라는 역사를 쓰고 있다. 인터넷은행 진출과 초대형 IB 등 중요한 순간마다 명확한 판단력으로 한투증권을 톱티어(top-tier) 자리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정 사장은 그야말로 ‘IB 외길’을 밟아온 초년생 CEO다. 대우증권에서 자금부장과 IB부장, 기획본부장, IB본부장을 거쳤고 2005년 우리투자증권(현 NH증권) IB사업부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사장이 되기 전까지 오직 IB 길만 걸었다. 이직 이후 얼마 안돼 업계 7~8위권이었던 NH투자증권 IB부문 이익을 업계 1위로 끌어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의 조직 관리 철학도 유명하다. 특히 영업결과를 반드시 리포트로 남기는 ‘콜리포트(call report)’로 내부 데이터를 구축했고, 사업부 대표시절부터 자신은 물론 사업부 구성원 모두가 일정을 공유해 적극적인 소통을 중요시 하는 시스템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그만의 노하우다. NH증권의 작년 당기순이익 3500억원 중 IB사업부에서 올린 순이익만 1200억원이다. 정 사장이 IB업계의 ‘대부(代父)’라 불리는 이유다.

무사들이 보통 지니고 다니는 칼의 하나인 ‘검’은 양쪽에 날이 다 서 있다. 또 다른 칼인 ‘도’는 한쪽에만 날이 있다. IB업계 한 CEO는 여러 업무를 한꺼번에 겸직해온 유 사장을 ‘검’으로, IB외길을 걸어온 정 사장을 ‘도’로 표현했다.

단기금융업에서 만난 ‘전설’과 ‘대부’…승기 누가 잡나

이들이 진검승부를 겨루게 될 첫 무대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이다. 지금까지는 한투증권의 독무대였다. 한투증권은 작년 11월 발행어음 인가를 받고 약 6개월만에 2조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발행했다. 출시 단 이틀만에 5000억원이 팔려 나간 것도 업계의 화제가 됐다. 올해 말까지 누적 발행잔액을 4조원까지 늘린다는 게 내부 계획이다. 증권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금융지주 특유의 야성을 느낄 수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경쟁자 없는 독무대는 곧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다행히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도’를 들고 나타난 정영채 사장이다. 지난달 30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은 NH증권은 이달 말 상품을 출시하고 한투증권에 도전장을 내민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어음을 발행,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 등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일단 NH증권은 한투증권에 비해 보수적인 수치를 내세웠다. 연말까지 1조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판매할 예정이다. 후발주자라고 해서 조급해 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 사장은 앞선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금리 경쟁을 할 생각은 없다”며 “두 회사가 함께 시장을 키워가자고 했지, 서로 자금을 뺏자고 뛰어든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수신 금리는 한투증권과 비슷하게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금융지주가 지금까지 NH증권에 보여왔던 신뢰를 고려할때 기업 네트워크 측면에서 협업도 예상된다.

금리가 비슷하고 겉모양상 경쟁구도를 갖추지 않겠다면 승기는 결국 사람에 달려있다. 한투증권은 최근 발행어음 담당조인 종합금융실 수장으로 부동산투자 전문가인 전태욱 상무를 임명하고, 유 사장 직속 부서로 재편했다. 조직규모는 20여명으로 꾸려졌다. NH증권 역시 발행어음 인가 전부터 관련 팀을 꾸려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때 발행어음 업무와 공통점이 있는 종금업 경험이 있던 옛 LG종금 직원들을 선별해 배치했다는 후문이다. 발행어음을 맡게되는 전략투자본부 수장은 FICC리서치센터장 출신 매크로 전문가인 송재학 상무가 맡았다. 한투에 비해 조직 규모도 작지만 IB부문과 결합해 남다른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는게 NH증권의 설명이다.

누가 먼저 자기자본을 확대하느냐도 앞으로의 경쟁구도를 예상해볼 수 있는 중요 포인트다. 현재는 NH증권이 4조7860억원, 한투증권이 4조2000억원으로 엇비슷하다. 초대형IB의 마지막 단계인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을 하기 위해선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지주사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투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지분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국내 유일한 증권지주였다. NH증권이 속한 농협금융지주는 관료적인 조직색채가 강하지만 IB사업 지원에는 적극적이다. 모그룹인 지주사가 어떤 지원을 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승부도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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