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연내 추진 물건너 가나

사업성 의문에 집값 과열 우려
서초구,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도 못내
시 "지상공간 사업비조달 등 난관 많아"
구 "사업계획서는 연말께나..."
  • 등록 2018-08-10 오전 6:15:00

    수정 2018-08-10 오전 6:15: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서초구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강남권 초대형 개발 호재로 꼽히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연내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및 지상 공원 조성 프로젝트를 연내 가장 먼저 추진할 역점사업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두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서울시에 사업계획서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관련 연구용역을 통해 최종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는데도 아직까지 사업 추진을 위한 첫 단추도 꿰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업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서초구가 마련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마스터플랜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석한 계획안으로 평가 절하하고, 수년 간 검토가 필요한 장기 프로젝트라고 못박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변수가 생겼다. 서울 주택시장이 최근 일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대형 개발 이벤트 자체가 자칫 강남권 일대 집값을 다시금 끓어오르게 하는 ‘트리거(trigger·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사업성 충분” vs “현실성 떨어져”… 개발 방식 놓고 평행선

서초구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프로젝트(양재IC~한남IC 6.4㎞ 구간)는 1992년 대통령선거 당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지상 복층화’ 아이디어에 착안해 시작됐다. 서초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지상 2층짜리 도로를 지하에 넣어 지상의 교통 체증·소음·매연 문제 등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후 지방선거에서 서초구청장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 됐다.

특히 지난해 초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5개 학회에 의뢰한 사업 타당성 관련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계획안에는 지하도로에 지방에서 서울 강북까지 논스톱으로 연결하는 대심도 스피드웨이와 강남권을 오가는 저심도 로컬웨이로 분리해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터널 하부에는 강남역 침수 등 국지성 호우에 대비한 배수저류시설을 넣기로 했다. 이에 따른 예상 공사비는 3조3000억원, 재원 조달 가능액은 5조2000억원이다.

시가 우려하는 사업비 조달의 핵심은 지하가 아닌 지상공간 개발이다. 서초구는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과 대규모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서울 여의도 공원 2.5배, 축구장 약 84개 크기(약 60만㎡)의 지상에 녹지공원과 문화관광복합지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조 서초구청장은 재선에 성공한 이후 “이미 국토교통부 관계자들과 수차례 만남을 가져 공감대를 형성한 사업”이라며 “조만간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예비타당성 사업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로 상하부지 개발 등과 관련해 제도 기반 마련에 나선 국토부는 사업 시행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발의한 ‘도로공간의 입체 개발에 관한 법률’ 등과 관련해 세부 사항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민간 부문의 도로 개발 등에 따른 부담금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난관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장기 개발 프로젝트…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서초구는 칼자루를 쥔 서울시 눈치만 살피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강남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잇따라 대책을 쏟아낸 국토부가 최근 주택시장 이상 징후를 포착, 서울시와 함께 집값 안정에 나선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계획안은 마련됐지만) 최근 들썩이고 있는 강남 집값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장 분위기를 보고)이르면 연말 께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가 본인의 입맛대로 용역을 줘서 지상 개발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준공 이후에도 유지·보수 비용은 시비로 운영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라며 “아직 제대로 추진되지도 않은 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서초구 일대 아파트값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같은 장기 프르젝트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막연한 개발 기대감에 섣불리 사업예정지 주변 부동산 매수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