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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소통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을 사이에 두고 겨우 1km 남짓 떨어져있는 정부서울청사와 서울시청의 거리가 요즘 만큼이나 멀게 느껴진 적이 있을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벌이는 신경전에서 소통은 찾아볼 수가 없다.
“행안부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노골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후 서울시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세 차례의 차관급 회의, 10여차례의 실무협의를 이어왔다면서 행안부는 하고싶은 얘기를 ‘공문’을 통해서 하는 촌극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1차 공문을 통해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사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지난 8일 서울시가 “행안부 의견을 경청하되 사업은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강행의지를 긴급 브리핑으로 전하자 행안부는 바로 다음날 “일정 재조정 협조 요청에도 서울시가 강행한다면 추가 논의는 어렵다”는 요지의 공문을 재차 보냈다. 그 뒤로 답보 상태다. 장관과 시장과의 면담. 실무선의 협의 등이 성사되지 않고 행안부는 ‘공문을 통해 할 말은 다 했다’며 입을 닫았다.
시민들의 의구심이 남는다면 서울시는 ‘들었다’ ‘수용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설명하고 설득해야할 일이다. 최악의 경우 준공 시기를 미룰수도 있고 백지화할 수도 있다. 어렵겠지만 그게 소통의 상징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진행하는 바른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정부부처와의 이견은 좀 다른 문제다. 이견이 있다면 협의하면 된다. 사직로 우회도로를 설치하면서 정부서울청사 어린이집 등이 있는 일부 부지가 수용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 대체부지를 찾으면 되고 찾은 부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당한 다른 곳을 찾으면 될 일이다. 국민 여론 수렴을 더 해야한다는 의견은 실무회의에서 전하면 된다. 우려스러우니 속도 조절을 좀 하자고 말이다. 그게 공무원들이 할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을 더 설득해야 할 공무원들이 자기들까지 딴지를 걸고 그것에 더 기민하게 움직이니 말이다.
이 촌극을 끝내려면 결국 더 급한 서울시가 나설수 밖에 없다. 점잖게 만날 날짜를 잡아보자고만 하지 말고 그냥 찾아가서라도 만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을 아직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에 의문을 품고 있는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써야 한다. 서울시가 설득할 대상은 행안부가 아니라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