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 폭행당해 코뼈 골절”…아파트 경비원 극단적 선택

50대 경비원, 입주민 폭언·폭행 시달리다 극단 선택
“억울함 풀어 달라” 유서 남겨…경찰 수사
  • 등록 2020-05-11 오전 7:40:22

    수정 2020-05-11 오후 2:07:48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아파트 경비원이 주차 문제로 입주민에게 코뼈가 골절될 때까지 폭행당하고 협박 등 갑질에 시달린 뒤 극단적 선택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 주민 갑질에 극단적 선택 (사진=YTN 뉴스 화면 캡처)
지난 10일 YTN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A씨는 이날 오전 2시께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A씨는 아파트 주민 B씨에게 두세 차례 폭행을 당하고, 욕설과 협박 등 갑질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A씨는 고소장에서 지난 4월21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중주차 문제로 B씨에게 폭행을 당한 뒤 20일 동안 괴롭힘을 당했고, 특히 지난 3일에는 B씨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고 주장했다.

YTN은 처음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1일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아파트 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B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A씨를 폭행했다. 영상에는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고 있는 A씨 모습이 담겼다. 이때 B씨가 나타났고, 자신의 차를 밀려는 A씨를 밀쳤다. 이어 어깨를 잡아채 또 한 번 밀친 뒤 A씨를 끌고 갔다.

이어 B씨는 A씨를 관리실로 끌고 가 관리소장에 당장 해고하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B씨는 A씨에게 욕설과 협박을 하고 때리는 등 끈질기게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A씨의 친형은 YTN에 “(B씨가 동생이) 근무할 때마다 때리지 않으면 욕하고 갔다더라. ‘이 자식 아직 여기서 근무를 하고 있냐’, ‘우리 조직원 열 명 풀어서 너 쥐도 새도 모르게 땅속에 묻어 죽여버리겠다’(라는 협박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경비원에 대한 비상식적 요구는 갑질’이라며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지만, A씨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엔 자신을 도와준 입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호소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사건 경위를 묻는 YTN 취재진에게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강북경찰서는 B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A씨의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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