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兆 주주환원'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사상 최대 '주주환원'에 기대 높지만
'미래 투자 못해 분배나섰나' 우려도
  • 등록 2017-10-24 오전 6:05:00

    수정 2017-10-24 오전 10:03:00

▲그래픽=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이재용식 주주 친화경영인가, 투자 대신 선택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인가’

삼성전자가 이달말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각ㆍ소각 등을 골자로 한 사상 최대 규모의 ‘3개년(2018~2020년)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주주들에게 이익의 상당액을 환원해주는 주주친화정책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과감한 미래 투자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수 없다 보니, ‘분배’라는 차선책으로 주주들을 달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주주친화정책이 주당가치는 높일 수 있어도, 기업가치를 높이는 정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주환원율 합계 49.7% 유지할 듯

23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005930)의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주주환원 규모(배당총액+자사주 매입액)를 의미하는 총주주환원율은 49.7%를 기록했다. 22조4157억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으로 3조9919억원, 자사주 매입에 7조1393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이는 전년도의 총주주환원율(39.2%)에 비해 10%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그만큼 사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 가운데 주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돌려준 돈이 많았다는 의미다. 올해도 이런 비율을 유지할 경우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는 액수는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이 지난해 2배 수준인 41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의 분기 배당을 통해 1조9377억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보통주 165만9600주와 우선주 41만4900주를 사들여 약 4조3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부었다. 총주주환원율 50%를 맞추기 위해 하반기에만 13조원 이상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번에도 대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에 들어가면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은 상승하게 된다.

올 1, 2분기에 주당 7000원이었던 분기 배당금이 더 오르거나 연말에 상당한 규모의 배당을 할 것으로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012년 8000원 수준이었던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이 △2013년 1만4300원 △2014년 2만원 △2015년 2만1000원 △2016년 2만8500원 등으로 매년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 예고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주주친화정책에 힘받아 주가는 더욱 고공행진할 재료가 만들어졌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적→주주환원→실적→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주가 상승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이후 주주환원 정책이 기존 정책 대비 개선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실적과 주주환원이라는 2가지 모멘텀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배당과 총수 부재는 무관하다” 의견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투자처를 못찾은 삼성전자가 차선책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총수인 이 부회장의 유죄 선고 후 대규모 투자나 M&A(인수합병), 사업구조 재편 등이 모두 멈춰선 채 표류하고 있다.

총수를 잃은 삼성전자는 ‘오너 경영’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선제 투자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메모리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1990년대 초반 일본 기업을 앞지른 것도,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 것도 과감한 투자가 밑거름이 됐던 걸 감안하면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장을 계속 돌려야 하는 제조기업에게 있어 고배당은 투자자금 마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정책을 두고 과거 IBM 사례를 들어 성장 동력을 잃은 기업의 ‘주주 달래기’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IBM은 과거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매출과 현금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100억달러 이상의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 부양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3개년치 주주가치 제고방안 발표는 이미 예고됐던 것으로, 총수 부재와는 무관하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 등을 들여다 봐도 투자 대신 차선책으로 주주친화정책을 들고 나왔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권성률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지출(CAPEX)은 전례없는 수준인 44조원에 이른다”면서 “평소 삼성전자가 25조~30조원 가량을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인데,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처를 못 찾았다고 해석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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