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는 건강한 담배?'...맹신 금물, "소비자 확증편향 경계해야"

검증 안 된 안전성 가장 큰 문제
필립모리스도 "위험 전혀 없지 않다"
증세 논의에 소비자들 서민증세라며 귀 닫아
상황 인식 정확히 하고 고객 권리 스스로 찾아야
  • 등록 2017-09-19 오전 6:00:03

    수정 2017-09-19 오전 10:24:33

필립모리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아이코스 유해성 논란에 대한 반박글을 게시했다.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물질을 덜 내뿜는 것은 확실하지만, 모든 담배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단다. (사진=필립모리스 홈페이지 캡쳐)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아이코스 증기는 과학적 연구 용도로 설계된 표준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비교하여, 국제기관들이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이 평균 90~95% 적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립모리스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아이코스에 대한 사실 검증’이란 자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가 위험이 전혀 없는 제품은 아니며, 담배와 관련된 위험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모든 담배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에 대한 유해성 논란을 이런 식으로 빗겨간다. 요약하면 ‘아이코스는 해로울 수 있지만, 적어도 일반담배보다는 아니다’라는 얘기다. 실제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 ‘히츠’(연초 고형물) 1개비에는 발암물질인 타르가 약 0.9㎎ 함유돼 있다. 이는 시중에 유통되는 보통 담배의 타르(1~3㎎)함량보다 낮은 수치다.

문제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보다 10배 가까운 유해물질을 함유했다고 밝힌 ‘표준담배’다.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의 비교대상으로 삼은 표준담배는 ‘3R4F’라는 연구용 담배다. 이 담배는 1개비당 타르 9.4㎎이 들어있다. 독한 담배에 속하는 ‘말보로 레드’의 경우, 국내에 판매 중인 제품의 타르 함량이 8.0㎎인 것을 감안하면, 표준 담배라는 말이 무색한 셈이다.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의 유해성 논란을 ‘과장 광고’로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랴부랴 아이코스 유해성 검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필립모리스의 발표자료를 정부가 직접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아이코스 유해물질 배출 조사에 착수하자, 아이코스 구매자들은 반발했다. 정부가 ‘서민 증세’를 목적으로 아이코스의 유해성 논란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아이코스 유해성 관련 기사에 ‘나빠 봐야 일반 담배보다 낫지 않나’, ‘잘못된 정보를 유통해 세금을 올리려는 게 확실하다’는 등의 항의성 댓글을 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자사제품의 유해성을 입증해서는 객관성이 담보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 국민을 ‘케비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에 휩싸이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유해 생리대’ 논란 등도 제조사가 유해물질을 걸러내지 못한 탓에 빚어졌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 조사 발표 전 소비자가 편향된 정보만을 흡수해 무분별한 소비에 나설 경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코스 흡연자들은 ‘내 담배는 안전하다’는 신념과 ‘아이코스도 유해할 수 있다’는 정보가 부딪힐 경우, 신념만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인지부조화 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에 빠질 경우 공정한 소비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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