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범죄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대다수 평범한 시민들은 `물의를 일으킨 이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실제 마약에 손을 대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처벌도 있어야 하겠지만 제대로 된 마약중독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여년간 마약 중독에 고통 받다 이를 극복한 이동욱(48)씨 역시 “마약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엄벌보다 치료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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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 손댄 마약에…주사기만 봐도 `배 아파`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실패한 사업을 정리한 뒤 고향으로 내려온 이씨에게 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후배는 `좋은 것`이 있다며 필로폰을 권했다. 불안한 미래와 고통스런 현실을 잊으려 마약에 손을 처음 댔다. 그러나 두려워진 이씨는 곧 경찰에 자수했다. 초범이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교도소에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사회복지사들이 마약 중독 위험성을 교육하고 갔다. “마약을 경험한 사람들이 투약을 중단했을 경우 12단계 금단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럴 때 꿋꿋이 참고 견디면 극복할 수 있다”는 복지사들의 교육 내용을 들으며 이씨를 비롯한 마약투약사범들은 코웃음을 쳤다. 이씨는 “마약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투약자 기분을 절대 알 수가 없다”며 “교도소에서는 팔에 마약주사기를 꽂는 영화 장면을 보여주는 등 헛다리만 짚었다”고 꼬집었다. 주사기만 봐도 중독자들에게는 마약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오는데 말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첫 출소 이후 이씨는 서울의 한 시립병원을 찾았는데, 이 곳은 마약중독자를 무료로 치료해 준다고 정부가 홍보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의사가 이씨에게 물었다. “어떤 기분인가요?”, “의지를 꺾을 정도로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나요?”라고.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의미 없는 치료가 계속되자 그는 두 달 만에 병원을 나왔다.
20년간 마약사범 되레 늘어…“처벌보다 치료에 방점을”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다고 느낀 그는 `NA(Narcotics Anonymous·익명의 약물중독자들)`라는 중독자 회복 모임에 나가 위로를 받고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중독자들은 여전히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 이들끼리 모여 있으면 오히려 서로 눈이 맞아 다시 마약을 하러 가기도 해 더 위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지난 2016년 이렇게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자괴감에 극단적 시도까지 했던 이씨는 일주일 간 사경을 헤매다 영적인 경험을 한 뒤 마약을 투약하고 싶은 신체반응이 사라졌다고 했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못해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그는 현재 남양주 건설현장에서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삶을 포기한 상태에서 우연히 극적 체험을 통해 마약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이씨같은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씨는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처음 마약을 시작한 20년 전부터 사회는 마약중독자들을 혼내고 다그치기만 했는데 마약사범이 과연 줄었느냐“고 되물으며 “이제부터라도 치료에 더 힘을 쏟아야 마약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