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4th 스페셜]개천에서 절대 용 나지 않는다

  • 등록 2011-08-18 오전 9:05:17

    수정 2011-08-18 오전 9:05:17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8일 08시 35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언제부터인가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개천에서는 절대로 용이 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진 것 없는 이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이 말은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소위 잘나가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만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느덧 사회 계층을 이분화시키고 서로간의 반목과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은 이제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겨졌다.

자본시장에서도 용이 나지 않고 있다. 맨손으로 회사를 일궈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벤처기업의 창업주들은 성공신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근래에는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상장공모시장에 밀려들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금 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난 대기업 계열사들만 용이 될 뿐, 인고의 세월을 거친 중소기업 벤처들은 이무기 밖에는 안되고 있다.

◇ 밀려드는 대기업 계열…밀려나는 벤처 최근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공모를 철회했다. 지난 6월29일에는 테스나, 7월1일에는 씨엔플러스가 상장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관배정주식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청약경쟁률이 미달되거나 공모가격이 발행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신히 공모일정을 추진한 기업들도 일반공모 청약에서 좌절했다. 부국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아 지난 6월17일 상장한 쓰리피시스템의 경우 일반공모 청약률이 0.45대 1로 미달이 됐다. 넥스트아이(주관사 한국투자증권)도 4.6대 1, 엘티에스(우리투자증권)도 6.8대 1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은 기관배정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도 부진한 경쟁률을 보였다. 쓰리피시스템은 8대 1, 넥스트아이는 28대 1, 엘티에스는 56대 1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들의 경우 대부분 수요예측 결과를 기준 삼아 청약을 결정하기 때문에 수요예측 부진은 일반공모 청약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IB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이 위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상장공모를 철회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아 상장일정을 연기한 몇몇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양극화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시장에서 외면을 당하는 반면 대기업 계열사는 요즘 활황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향후 필요한 자금 등을 고려해 우량 계열사들을 줄 세워 상장을 추진하는 등 최근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시장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미뤘던 대기업 계열사들도 상장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로, 동양생명을 시작으로 올해에도 CJ헬로비젼 등이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지주회사가 도입되면서 상장을 통해 지분과 계열사를 정리하고자 하는 수요도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상장공모를 통해 신규자금을 충당해야 할 벤처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 벤처 특별제도 무색…편향된 입맛 교육계에서는 기존 입시제도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자기소개서나 심층면접을 통해 잠재능력만으로 입학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출신배경 등을 배제하고 인성과 창의성, 해당분야의 열정을 토대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취지는 그 자체만으로 값지다.

벤처기업의 경우에도 입학사정관제가 있다. 벤처기업은 이미 일반기업보다 완화된 상장조건을 적용하고 있지만 특별히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들은 성장형 벤처로 분류, 상장 특례가 적용돼 일부 심사 조건이 면제된다.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그동안 바이오 기업에만 적용됐지만 올해 3월부터 다양한 신성장동력 기업의 상장을 돕기 위해 17개 업종으로 확대, 명칭도 신성장동력 상장 특례제도로 변경했다.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은 최근 나이벡을 포함해 8개 업체다.

하지만 이러한 벤처기업들을 위한 특별제도가 무색할 만큼 최근 시장의 입맛은 편향됐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선택한 결과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대부분 매출이 안정돼 있다”면서 “대기업 모회사와 수직 계열화돼 있는 경우 일정부분의 매출 실현은 보장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원강재는 대원강업과 수직 계열화돼 있어 매출의 92%를 대원강업에 의존하고 있다. 삼원강재의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은 707대 1을 기록했다.

더욱이 유동성 위기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벤처기업의 경우 해당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반면 대기업 계열사는 그룹 계열사라는 완충망이 있어 위기상황에서도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반면 벤처기업은 그 타이틀이 갖는 매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경우 기존에 있었던 세제혜택 등 여러 혜택이 사라져 굳이 번거로움을 감안하면서까지 벤처기업 인증을 갱신하고자 하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공모가격 아래로 시초가격이 형성되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와 달리 공모주 투자가 무조건 먹고 들어가는 시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공모주 청약에 앞서 업종과 공모가격, 향후 성장가능성 등 다양한 것들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하고자 하는 경향이 커졌다. 몰리는 공모주에만 더욱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