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삼성이라는 이름값의 충격

삼성테크윈·토탈, 한화 등급 '키 맞추기' 예상
  • 등록 2015-05-12 오전 7:00:00

    수정 2015-05-12 오전 7:44:45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삼성은 채권발행이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 나오면 물량을 소화하는데는 전혀 문제없다.”(A 채권애널리스트)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는 전자와 생명이지만 어떤 계열사의 채권에도 일정부분 이름값의 힘이 있고, 이는 노치업이 가능한 요소로 인식돼 왔다.”(B채권매니저)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에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등급 적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은 까마득한 옛일이다. 2005~2006년 삼성카드(당시 AA-)가 당시 ‘카드사 부실이 온전히 회복됐느냐’는 논란속에 등급 적정성 지적을 받은 것 외에는 지난 10년간 후보로조차 거론되는 일이 드물었다. 채권시장에서 삼성채권 자체가 흔하지 않았고,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프리미엄’이 붙는 인기물건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적정성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삼성카드 이후 강산이 한번 변한 21회 SRE에서는 삼성계열사들이 모처럼(?) 등급 적정성 설문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이라는 이름의 채권

“삼성에는 전자(電子)와 후자(後子)가 있다.”

시장의 우스갯소리이고 어느 계열사를 특정할 수도 없지만, 국내 그룹 어디에나 주력사업을 하거나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계열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계열사도 있는 법이다. M&A를 통해 양자(養子)를 맞아들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곳에 양자로 갈 수도 있다.

21회 SRE 기업별 신용등급 적정성 설문에서는 전체응답자 173명 중 44명(득표율 25.4%, 5개 이내 복수응답 가능)이 삼성테크윈(AA)·삼성토탈(AA)의 등급에 이의를 제기했다. SRE 응답군(群) 가운데 △채권애널리스트 △채권매니저·브로커 △회사채 업무비중 61% 이상 등 다양한 표본으로부터 모두 최다득표를 받았다.

삼성테크윈·토탈에 대한 설문 결과에 한 자문위원은 “갑작스런 M&A에 따른 앵그리 보팅”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1월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56%를 (주)한화와 한화케미칼·에너지가 인수하는 ‘빅딜’을 체결했다.

4월 현재 삼성테크윈의 기업신용등급은 AA, 테크윈 지분을 인수할 주체인(주)한화는 이보다 3단계 낮은 ‘A’다. 삼성종합화학이 지분 50%를 가진 삼성토탈의 등급도 AA로 인수주체 한화에너지(AA-)·한화케미칼(A+)보다 높다.

무엇보다 삼성테크윈의 최대주주이자, 테크윈을 통해 삼성종합화학과 토탈을 간접지배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10여년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유효등급은 없지만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최고등급 AAA급 채권으로 인식된다.

국내 10대그룹인 한화의 입장에서 ‘우리도 꽤 잘 나가는 부모’라고 항변할 수는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선 엄연히 신용등급이 있고,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방법에서도 부모(모기업) 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그룹)의 이름값은 재무적 지원 지원가능성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계열사 등급을 동반 상향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반대로 얘기하면 부모의 품을 떠나 양자로 보낼 자식이라면 ‘등급 키맞추기’는 새로운 부모의 신용에 수렴하는 과정이 필연적 수순이라는게 이번 SRE 설문결과다.

그동안 기업등급 적정성 설문에서 그룹전반의 위기로 이른바 ‘디폴트’ 위험이 부각된 곳들이 상위에 자주 거론된 것과 달리 이번 설문에서는 M&A라는 일회성 이벤트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테크윈, 포스코특수강 전철밟을 것”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11월 삼성-한화 빅딜 이후 삼성테크윈·삼성토탈을 즉각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특히 삼성테크윈은 삼성그룹의 높은 대외신인도가 회사의 신용도에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는게 신평사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테크윈의 등급전망(아웃룩)을 ‘부정적’으로 내리면서 “삼성테크윈이 그동안 영위해온 사업 중 감시장비와 정공 등 일부 사업은 과거 삼성전자에 모태를 두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삼성’ 브랜드 효과를 향유해왔다”며 “한화그룹으로의 편입을 계기로 일부 사업역량 약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삼성테크윈을 하향검토(↓)대상에 올리면서, “이번 지분매각은 그룹관계 변화를 통해 회사의 사업적·재무적 역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CCTV 등 대외사업 브랜드력 약과, 에너지장비(압축기 등)와 반도체장비(칩마운터 등) 사업의 계열거래기반 약화 가능성 등을 중점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RE자문위원들은 삼성테크윈의 신용등급도 포스코특수강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특수강은 세아그룹으로 인수가 결정되면서 ‘하향검토’ 꼬리표가 붙었고, 인수거래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예상대로 AA에서 A+로 조정됐다.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인수절차가 남긴 했지만 삼성테크윈·토탈은 M&A로 계열 분리되는 채권이라 이제는 ‘삼성채권’으로 볼 수 없는 별개의 물건”이라고 말했다.

자문위원들도 “M&A딜이 종료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평가사가 지금 당장 등급을 조정할 이유는 당연히 없지만, 소속이 최종적으로 변경되면 등급액션이 내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곧 다음회차 설문에서 M&A가 완료되고 그에 따른 평가도 마무리된다면 자연스레 논란의 강도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으로도 연결된다.

“삼성토탈은 M&A보다 업황이 관건”

이번설문에서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은 같은 묶음으로 설문리스트에 올랐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르다.

삼성그룹이 가진 테크윈 지분이 모두 (주)한화로 넘어가는 것과 달리 삼성토탈의 경우 합작회사라는 특수성은 유지된다. 삼성토탈은 삼성과 토탈의 합작계약관계에 따라 50대50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번 지분양수도 계약으로 삼성종합화학(50%)이 보유한 지분이 한화로 이관되는 것이다. 또 계열변경 이후에도 삼성종합화학 지분 18.5%는 삼성물산이 당분간 보유한다는 점도 M&A에 따른 신인도 하락을 제어하는 요인이다.

이때문에 삼성토탈이 이번 M&A로 받게될 신인도 영향은 삼성테크윈보다 덜 할 것이라는게 신평사들의 평가다. 이보다는 삼성토탈을 둘러싼 업황이 관건으로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성-한화 빅딜 이전인 지난해 11월 12일 중단기 업황 둔화로 삼성토탈의 중기 재무개선 가능성이 낮다며, 등급전망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4월 삼성토탈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내렸다. 한기평은 향후 삼성토탈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트리거로 “올해 이후 차입금이 감소하지 않고, 시황 부진으로 영업현금창출규모가 저하돼 순차입금의존도 40%, 영업현금흐름 대비 순차입금 7배 수준을 지속적으로 상회할 경우 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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