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청년주택'이 빈민주택?…원주민 반발 쳇바퀴

값싼 임대주택 지으면 집값 하락 우려
일부 주민들 '빈민 아파트'라 폄훼도
신규 사업지 확정 때마다 대립 심화
5년간 8만 가구 공급 계획 난항 예고
인센티브 주고 충분한 공청회 필요
  • 등록 2018-04-10 오전 6:00:00

    수정 2018-04-10 오전 6:00:00

성내동 청년임대주택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9일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청년민간임대주택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시가 저소득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놓고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값싼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일대 집값이 하락할 수 있고 교통 혼잡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역세권 청년주택 첫 삽을 뜬 이후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여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사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강동구 ‘성내동 청년임대주택 반대 위원회’ 50여명은 서울 강동구청 맞은편 광장에 모여 ‘청년 역세권 주택 건립 무산’을 촉구했다. 위원회 측은 “값싼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기존 민간 부동산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까지 침해받을 수 있다”며 강력히 건립을 반대했다. 이들은 오는 29일까지 집회신고를 내고 이틀에 한번 꼴로 집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성내동 청년 임대주택’은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근처인 강동구 성내동 87-1 일대에 지하 7층~지상 35층, 전용면적 16~35㎡ 99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앞서 올해 1월 10일부터 24일까지 주민 공람을 마쳤고, 다음달 초 최종적으로 사업계획승인을 허가하는 서울시 통합심의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은 도심 역세권에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청년(19~39세)들의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정책이다.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에 건물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면 민간 사업자는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가 앞으로 5년간 공급하겠다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8만 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청년임대주택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은 성내동뿐만이 아니다. 영등포구 당산동 옛 하이마트 부지에 추진 중인 청년 임대주택을 반대하는 일대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지하 5층~지상 19층, 건물 2개 동(전용면적 17~37㎡ 626가구)을 지을 계획이다.

인근 주민들은 교통 문제, 조망권·일조권 훼손, 빈민 지역 슬럼화, 우범지역화 등을 이유로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지자체에 제출한 상태다. 특히 인근 한 아파트에서는 ‘청년 임대 주택’을 ‘빈민 아파트’라고 폄훼한 신축 반대 안내문을 단지내 게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같은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을 둘러싼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규 사업지가 확정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이랜드가 사옥 터인 마포구 창전동에 짓는 역세권 청년주택과 신림역 청년주택 등 다수의 청년주택 사업이 주변 교통 혼잡과 집값 하락을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몸살을 앓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 땅값이 비싼 도심지역일수록 내 지역에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며 “저렴한 임대료로 청년 주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취지에 맞게 제도가 잘 시행되려면 애초에 지역 인센티브 제도나 충분한 공청회를 거친 후 사업을 시행하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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