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9·11사태·금융위기급'…美연준 '더블샷' 파격처방(재종합)

연준, 예정됐던 FOMC 2주 전에 파격적인 0.5%P 금리 인하
시장, 되레 코로나19 공포 극대화…뉴욕증시 또 2%대 급락
트럼프 "연준이 선도해야 할 시간"…양적완화까지 '압박'
  • 등록 2020-03-04 오전 7:00:08

    수정 2020-03-04 오전 7:39:23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혜미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미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0.5%포인트 대폭 인하한 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풀이된다.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아닌 별도의 시점에서 선제적·기습적으로 금리를 내림으로써 시장의 공포를 다소나마 잠재우려는 조치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리는 소위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을 깬 것 역시 처음은 아니지만, 이례적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위기나 9·11 사태와 맞먹을 만큼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연준의 구원등판이 이미 예견됐던 데다, 뉴욕에서 두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미국 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가운데, 더블샷이라는 파격 조치가 되레,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더 키우면서 시장은 오히려 고꾸라졌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은 더 (통화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물론, 양적완화(QE) 등 부양책 동원을 주문했다.

연준의 파격 조치…양적완화엔 선 긋기

연준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FOMC가 금리를 종전 1.50~1.70%에서 1.00~1.25%로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연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애초 FOMC 정례회의는 오는 17~18일 예정됐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는 시장의 공포심리를 잠재우고자 선제적·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금리인하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더 뒷받침하도록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했다”며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미 경제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크게 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미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의 강도와 지속성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며, 향후 상황도 유동적”이라며 “연준은 이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금리인하라는)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앞서 연준도 성명에서 “코로나19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리스크를 진화하고 있다. FOMC는 (코로나19의) 진전 상황과 경제 전망에 미칠 함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쓰고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이 깨진 것 역시 연준이 현 상황을 굉장히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1898년 9월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의 이름을 딴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은 0.25%씩의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정책을 완만하고 점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그동안 ‘드블샷’ 금리인하는 과거 9·11 테러 직후나 금융위기 때 등 매우 긴박한 순간 때만 이뤄져 왔다. 2008년 1월 경기침체 조짐이 커질 땐 0.7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적도 있었다.

이번 조치는 연준이 그동안의 ‘관망’ 기조에서 벗어나 ‘완화’ 기조로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셈이기도 하다. 연준은 10년 반만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지난해 7월 말과 9월 중순, 10월 말을 포함, 3차례 연속 인하행진을 마무리한 뒤, 지난해 12월에 이어 2차례 연속 금리를 묶으면서 이른바 ‘동결 모드’를 이어왔다. 즉 이번 금리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로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실제 파월 의장은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회견에서“정책 도구를 사용하고, 적절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연준은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에 따라 통화 정책을 맞춰갈 것”이라고 했다. 오는 17~18일 FOMC에서도 금리를 내릴 공산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선 17~18일 FOMC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썼다. 다만, 양적완화(QE) 재개엔 확고히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앞서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간 1~3차 양적완화를 통해 약 4조달러(약 4719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사진=AFP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수그러들어야

문제는 시장이 연준의 이번 조치를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데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성명을 내고 “연준은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가진 수단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적절하게 대응’이라는 문구는 연준이 지난해 7~10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때 성명서에 담았다가, 그해 10월 ‘관망 모드’로의 전환 이후에는 사라졌었다. 즉, 금리 인하가 가시화했다는 시그널로 풀이됐다. 특히 미 은행정책연구소(BPI) 빌 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2일) 블로그를 통해 “3월4일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다. 시점은 증시 개장 직전인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7∼8시”라고 전망했었다.

시기는 살짝 빗나갔지만, 이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팽배해졌다. 전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18일 FOMC에서 0.5%포인트의 ‘더블샷’ 금리인하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었다. 일각에선 연준의 조처가 워낙 파격적이어서 투자자들에게 코로나19의 공포감을 더 크게 심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투자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흘렀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대비 2.94%(785.91포인트) 급락한 2만5917.41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2.81%(86.86포인트)와 2.99%(268.07포인트) 고꾸라진 3003.37과 8684.09에 거래를 마쳤다. 즉, 미 통화당국이 아무리 파격적인 조처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시장 불안이 쉽게 진정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월가(街)의 관측이 제대로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성에 차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연준의 금리인하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다른 나라들 및 경쟁자들과 (기준금리를) 맞추는 것”이라며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는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적었다. 더 나아가 그는 “마침내 연준이 선도할 시간”이라며 “보다 완화하고 낮추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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