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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19만명 줄었는데 학교는 162개 늘어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통계가 학령인구의 변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1980년 1077만 명에서 지난해 615만명으로 43%(462만명)나 감소했다. 최근에는 감소폭이 더 가파르다. 2010년 734만명이던 전국 초중고 학생 는 지난해 615만명으로 16.2%(119만명)나 줄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학생 수는 4년 뒤인 2020년 545만명으로 감소한 뒤 2030년에는 531만 명으로 지금보다 84만 명 줄어들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교 수도 조정돼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2010년 전국의 1만1567개교였던 학교 수는 2014년 1만1729개교로 오히려 162개교나 늘었다.
그 결과 전교생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 수는 2001년 700곳에서 2015년 2030곳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초등학교가 71.7%(1455개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학교 25.8%(523개교) △고등학교 2.6%(52개교) 순이다. 최근 10년간 아예 신입생을 뽑지 못한 학교도 전남 471곳, 경북 301곳, 강원 281곳 등 전국적으로 1554개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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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 분야를 가르치는 ‘상치교사’가 늘어나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상치교사란 예컨대 미술교사가 국어를, 상업교사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적정 규모의 학생 수가 유지돼야 교사 확충이 가능한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한 명의 교사가 복수의 과목을 떠맡거나 비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전국적으로 상치교사 수는 2009명에 달한다. 부산이 72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남 529명, 경남 181명, 충북 164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복식수업·상치교사 증가가 결과적으로 소규모 학교의 교육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조창희 한국교육개발원 학교설립지원팀장은 “소규모학교에서는 불가피하게 복식학급이 꾸려지고 상치교사가 수업을 맡는 경우가 많아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동급생 수 감소에 따라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이 더디게 진행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교 통폐합 늦어지면 학생만 피해”
교육부는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는 통폐합을 권고하고 있다. △면·도서·벽지 지역은 학생 수 60명 이하 △읍 지역은 초등 120명 이하, 중등 180명 이하 △도시 지역은 초등 240명 이하, 중등 300명 이하일 경우 통폐합 권고 대상이다.
하지만 학교 통폐합 실적은 저조하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통학거리가 길어진다는 이유로, 동창회는 모교가 사라진다는 상실감에 통폐합에 부정적이다.
이보형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장은 “학교 통폐합과 적정규모 학교 사업은 교육여건과 직결된 문제”라며 “소규모 학교에서는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학교 통폐합을 통해 최소한 복식수업이나 상치교사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창희 팀장도 “저 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소규모 학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적정규모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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