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저출산 대책 비용 왜 기업에 떠넘기나" 사장님의 하소연

"육아휴직 쓴다길래 권고사직 권유..대체인력 없어"
“유연근무제, 전문직·대기업이나 가능…생산직은 불가능”
중소기업 육아휴직률 중견기업 이상 3분의1 수준 불과
"사회적 책임 이유로 저출산 비용 기업에 전가는 부당"
  • 등록 2018-06-08 오전 6:30:00

    수정 2018-06-08 오전 6:30:00

일러스트=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여직원 뽑을 때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 비용 나가지, 육아휴직까지 쓰면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누가 1년짜리 임시직으로 오려고 하겠어요. 육아휴직은 대체인력이 있는 중견기업 이상이나 가능한 얘깁니다. 생산직은 어떠냐고요? 애 낳는다고 하면 그날로 해고죠.”(전자부품업체 대표 김모씨)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산율 꼴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양한 저출산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중소기업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출산·육아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중 상당부분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당장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게 목표인 현실 속에서 여직원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회사가 책임질 만큼 여유 따위는 없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육아휴직 요구한 여직원에 권고사직 권유”

1997년 설립된 중장비 제조업체 코막중공업의 조붕구 대표는 여직원, 특히 갓 결혼해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은 채용하지 않는다. 과거 직원이 백여명이 넘던 호시절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운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직원중 여성 비율이 30%를 밑돈다. 그마저도 미혼이거나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후 재취업해 출산이나 육아 부담이 없는 여성들이다. 조 대표 회사에는 육아휴직 중인 직원이 한 명도 없다.

조 대표는 “과거 육아휴직도 줘보고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도 고용해 봤다. 업무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더라”며 “여직원이 출산휴가를 가면 회사 입장에선 출산휴가비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대체인력도 채용해 교육까지 해야 한다. 좋아할 사장이 있겠나”고 반문했다.

전체 직원수가 30명을 밑도는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영우(가명) 대표는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길래 차라리 권고사직 처리해줄테니 실업급여를 받고 아이키운 후에 다시 일자리를 구해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며 “중소기업은 인력 여유가 없이 빠듯하게 운용되는데 1년씩 육아휴직 쓴다고 그 자리를 비워놓을 수 없는 구조”라고 털어놨다.

적자 안내고 사업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발생하는 비용부담과 생산성 저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 사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조 대표는 “취업난이 심각하다 보니 법정관리 중인 기업에서도 관리직 구인공고를 올리면 경력단절 여성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며 “굳이 출산기 여직원에게 육아휴직을 줘가면서 인력을 운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여직원 비율을 더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이같은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속내는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16년 기준 근로자 100인 미만의 중소기업 육아휴직 사용률은 중견기업(100인 이상~300인 미만)과 대기업(300인 이상)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전체 근로자 약 1600만명의 12%(약 200만명)에 불과한 대기업 직원이 받는 육아휴직 총 급여가 전체 근로자의 88%(약 1400만명)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보다 더 많다.

“유연근무제, 전문직·대기업이나 가능…생산직은 불가능”

정부가 최근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를 둔 노동자에게 사업주가 1일 1시간 단축을 허용하면 월 최대 44만원을 1년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육아기 부모의 유연근무제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역시 중소기업에는 딴 나라 얘기다.

수도권에 위치한 전자부품업체 김성렬(가명) 대표는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직원이 한가지 일만 하는게 아니라 그때 그때 필요한 일을 소화해야 하는데 유연근무제를 사용하면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며 “얼마 되지도 않는 한시적 정부 지원금을 받느니 다른 직원 뽑는게 낫다”고 잘라말했다.

조 대표도 “유연근무제는 영업직이나 기술직군 등 전문적 업무를 하는 직군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생산직에서 자녀 돌본다고 1시간 늦게 출근하면 공장이 돌아가질 않는다”며 “단축근무 신청하는 직원을 굳이 계속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제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지난 3월 자녀를 둔 학부모 5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워킹맘의 83.1%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군별로 보았을 때 생산직이 92.9%로 가장 많았고 사무직 85.4%, 영업·서비스직 76.5%, 전문직 75.9%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사업주들은 정부가 기업규모별, 직종별로 세분화해 해당 기업에 맞는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말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사업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려 말고 정부가 앞장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워킹맘을 고용해도 업무를 하는데 지장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문제를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목 하에 기업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식의 대책으로는 기업문화, 특히 인력 1명이 아쉬운 중소기업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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