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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우리나라와 역전 폭이 0.50%포인트로 벌어졌다. 무려 11년 만의 최대 폭이다.
과거 금리 차가 1.50%포인트까지 났던 적이 있는 데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 자본 유출 우려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금리 차가 커질 수록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미 금리차 0.50%P…11년來 최대
미국 연준은 12~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나라(연 1.50%)와 비교해 0.50%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지난 2007년 7월(미국 5.25%-한국 4.75%) 이후 10년11개월 만이다.
그렇다면 과거 역전기 때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영향은 어땠을까. 1차 역전기 당시 채권시장에서는 50억달러 가까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230억달러 이상 순유입됐다. 2000년대 중반 금리 차가 났던 시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00억달러가 넘었다. 미국 금리가 더 높아지면서 금융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뚜렷한 위기 기류는 미미했다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산업생산 증가율, 물가 상승률 등 거시 지표도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는 평가다. 정책당국 인사들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금리만 보는 게 아니다”며 “성장률 같은 경제 전반의 흐름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당국은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본 유출 우려는 아직 기우(杞憂)라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덕에 원화 자산 전반의 투자 매력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조건은 △금리 차이 △통화가치 차이 △펀더멘털 차이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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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美 금리 상단 3.50% 이를 수도
하지만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인상 사이클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준은 이번 점도표에서 올해 총 기준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네 차례로 조정했다. 당초 연 세 차례에서 상향된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기준금리가 2.25%~2.50%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달 연준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연준의 내년 인상 전망은 3회이며, 일부 투자은행(IB)은 4회까지 점치는 곳도 있다. 내년 기준금리 상단이 3.50%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연준의 긴축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사상 최대 역전 폭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 차가 나더라도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하락하면 가뜩이나 둔화 조짐을 보이는 수출 쪽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한 금융통화위원은 “6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관련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