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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사진) KDB산업은행 회장이 18일부터 사흘간 이어질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명단에 금융기관 수장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며 지난 5월 언급한 이 발언이 재차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이 회장의 이번 방북으로 남북경협 등 남북 공동사업의 큰 방향성을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그간 대북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았던 수출입은행이 방북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남북경협의 주도권을 산은이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수은은 올 초 북한·동북아연구센터를 확대개편하는 등 산은과 남북경협 주도권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이 이번 방북 수행 금융권 대표 기관으로 참여한 것은 대북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이어 금융지원 방안까지 포괄적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업계 역시 이 회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대북 연계 사업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경협에 대한 이 회장의 과거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서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산은이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며 “기반을 닦는 일부터 시작해 세부적인 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남북 경협을 위한 사전준비 차원에서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선양, 단둥 등지를 다녀왔다고도 했다. 산은과 수은, 시중은행 및 국제기구까지 참여하는 남북 경협 방안의 밑그림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남북경협은 규모가 크고 위험요인(리스크)도 많아 한두 개 금융기관이 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은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기구와 외국 금융회사 등까지 참여해야 남북한 경제협력을 촉진하고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아닌 협력적인 차원에서 남북경협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중 청와대 주요 경제라인이 빠지고 사회간접자본(SOC) 및 경협 관련 공기업 수장들인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오영식 코레일 사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포함되면서 철도, 도로, 전력 등 SOC 및 경제분야에 대한 세부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역점 사업으로 남북경협을 꼽기도 했다. 이어 산은 조직개편 등을 통해 대북 사업에 대응하고자 다방면에서의 노력을 이어왔다.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기존 ‘통일사업부’를 ‘한반도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한데 이어 북한 관련 연구 등을 맡길 ‘남북경협연구단’을 별도로 꾸리는 등 남북경협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남북경협과 북한개발금융 등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맞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달 초 개최된 산은 북한정책포럼 분과위원회에서는 지난 1994년 당시 중국 정부의 개혁 노선과 남순강화 드라이브 등으로 주목받았던 ‘중국 소주공업원구(소주공단)’의 개발 성공요인을 중점적으로 짚어보기도 했다. 아울러 앞으로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시 옛 중국 경제특구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남북경협 시 공공성 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관협력 투자개발형(PPP) 비즈니스 모델 도입을 고려해 볼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북한정책포럼은 북한·통일 관련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15년 간 정부 정책 제언 역할을 해온 산은 산하 외부 전문가 조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금융권에서는 유일하게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발탁된 배경에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산은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남북경협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이 회장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다양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는 빅피쳐(big picture)를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