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판 미투'…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생대회 연 워마드

워마드 피해남성 대상 사생대회 열고 조롱
미투 여성 온라인 가해 2차 피해와 유사 방식
"남성 피해자 조롱 및 희화화 멈춰야" 지적
  • 등록 2018-05-12 오전 8:00:00

    수정 2018-05-12 오전 8:00:00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유저가 남자 누드 모델을 희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린 그림. (사진=워마드 홈페이지)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홍익대 회화과 미술수업 중 몰래 촬영된 남성 누드 모델 사진이 유출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의 최초 유포자는 덜미를 잡혔지만, 피해 모델을 비하하는 온라인 2차 가해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 당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었던 2차 피해와 흡사하게 흘러가면서, 남녀 성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선 유저들이 피해자를 희화화하는 사생대회를 진행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워마드 유저가 피해자 모델의 나체 사진을 묘사한 그림을 게재하면, 다른 유저들이 해당 모델의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성희롱성 댓글을 다는 식이다.

피해 모델은 이 상황에 대해 “이 땅을 떠나고 싶다”며 심경을 토로하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피해 모델은 모욕적인 댓글을 단 혐의로 워마드 이용자 2명에 대해 지난 9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워마드에는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모델료를 낸 소비자”라고 하는 등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 등 SNS상에는 “여성은 그보다 심한 일을 수없이 당하는데 전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남성 권력이라는 게 부럽다” 등 이번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올해 초 미투 운동 때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호소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온라인 사이트에는 ‘미투 고발자는 꽃뱀’이라는 말로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또 미투 관련 기사에 ‘무고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꽃뱀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여성들의 비판을 사면서 미투 운동이 남녀 성대결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에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남성 피해자를 조롱하는 워마드 여성유저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미투 운동 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모욕하는 2차 피해를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느냐”며 “반대로 남성 피해자가 나오자 되레 조롱과 희화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 상황은 모순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가 여성 모델이었으면 분노했을 여성들이 이번 유출 사건에선 잠잠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익명성에 기댄 일부 누리꾼들의 왜곡된 성의식이 2·3차 가해에 가담하면서 이 문제가 성대결로 번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선 자기절제나 자기검열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라며 “워마드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선 성적인 문제를 희화하는 경향이 내재화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특정 인물에 대한 자신의 사사로운 신체관·인체관이 온라인상에서 관음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선 타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개인 스스로가 성숙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앞서 지난 1일 워마드에는 ‘미술 수업 남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하네요’라는 제목으로 나체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워마드에 올린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 위반)로 동료 여성 누드모델 A(25)씨를 지난 10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사건당일 피해 남성 모델과 휴게실 자리를 두고 감정싸움을 벌이다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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