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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만 검증된 맛이라면 빵에 무엇을 넣은들 맛이 없을까. 그래선지 신제품은 넘쳐나지만 괴식기에 소개할 만한 괴상하고 악랄한 조합까진 찾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어느 제조사에나 실험 정신이 투철한 개발자는 있는 법. 보자마자 이번 주 괴식기는 이걸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호빵이 등장했다.
이번 주 주인공은 신세계푸드의 ‘올반 바나나찐빵’. 빵 속에 생바나나를 넣은 ‘디저트형 찐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요리형 호빵이 넘쳐나는 올해 호빵 시장에 나름 차별화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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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바나나찐빵은 느낌이 좋다. 사실 바나나는 생으로 먹을 때보다 익혀 먹으면 훨씬 맛있다. 오븐이나 직화에 구워먹으면 과육이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은 배가 된다. 과연 그 식감이 구현될 것인가.
냉동된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해 온 뒤, 포장을 열자 먹기 전부터 기대가 커졌다. 포장을 뜯는 순간 안에서부터 바나나향이 물씬 풍겨왔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나나향보단 과자 ‘바나나킥’의 향이었다.
전자레인지에서 1분10초 간 사우나를 끝내자 바나나향은 더 강해지면서 방 안을 채웠다.
빵을 반으로 가르자 생각 이상으로 노란색이 짙은 소가 등장했다. 바나나를 익히면 하얀 과육이 갈변한다. 실제로 바나나 생물이 들어갔다는 것을 소 색이 증명하고 있다.
한입 베어 무니 기대와는 달랐지만, 단맛은 적당했다. 기대는 카스타드와 바나나 퓨레와 같은 완벽한 부드러움이었다. 그러나 약간 설탕이 덜 녹았을 때와 비슷한 설컹거리는 식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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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당도, 향 등이 전반적으로 적당한 디저트같다. 피를 찰떡 아이스처럼 만들어서 시원한 디저트로 즐겨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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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번엔 조리 실패 없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익혀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향은 없었다. 처음엔 기껏해야 즉석 짜장 수준의 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을 가르자 웍에서 불향을 듬뿍 입힌 짜장향이 풍겨 나왔다. 소도 풍성했다. 돼지고기, 양배추, 당면, 양파 등등 눈으로 구별되는 것만해도 이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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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친구따라 오디션 갔다가 캐스팅 됐다’는 연예인들의 일화가 생각났다. 각 제품에서 하나씩만 먹었으니, 당분간 맥주 안주 걱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