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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큰 전환점을 맞은 경찰이 역점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치안사업이 첫 발부터 난항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인공지능(AI) 치안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우고 담당 조직을 만든 지 넉 달이 지난 지금도 이를 전담할 책임자가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 빅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민간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보수 책정과 해당 산업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 탓에 적절한 인력을 뽑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스마트치안구현단을 발족하고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치안빅데이터정책담당관(빅데이터담당관)은 이 사업의 간사로, 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빅데이터 기반 예측모델을 개발하는 등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사업은 145억건에 달하는 경찰의 방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AI를 활용해 범죄를 예측하고 이를 막겠다는 것. 이어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이동 경로 패턴을 분석하거나 가정폭력 재발 징후 분석,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통시설물 최적 설치 등 그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LA 및 뉴욕 경찰과 유사한 시스템인데,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비해 수사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사전 조치다.
하지만 빅데이터 전문가 영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해당 조직은 그 공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인난에 대해 빅데이터 관련 업계에서는 경찰의 이해도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기업에 비해 적은 연봉 수준과 더불어 맡게 되는 직무까지 고려하면 경찰이 원하는 인재상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빅데이터 스타트업 대표는 “요즘 빅데이터 전문가 몸값은 적어도 억대 연봉에서 시작하는데, 경찰이 제시하는 정도로는 원하는 수준의 전문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무원의 장점인 안정성도 없기 때문에 좋은 인재가 몰릴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찰 측에서는 빅데이터담당관에게 기획과 개발업무를 동시에 맡긴다고 하고 있는데, 전문가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공공부문사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에 기획이면 기획, 확실하게 업무 범위를 정해주고 인재를 선발하는 절차를 밟게 되면 지금보다는 수월하게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