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24시간 체험기…전기차는 '매력' 인프라는 '엉망'

전기차 보조금신청 전년비 3배↑
일부 한국전력 충전소 "일반인에 서비스 안한다"
공영 주차장 직원 "전기차 할인 지시 없어 혜택 불가"
  • 등록 2017-03-09 오전 6:00:00

    수정 2017-03-09 오전 6:00:00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단 하루의 경험만으로도 이런 기대는 섣부른 판단인 것으로 느껴졌다. 전기차에 대한 인프라 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1시30분부터 24시간 동안 실제 생활에 전기차를 이용해본 결과 이동 수단으로서 전기차는 매력적이었지만 활용성면에서는 100점 만점에 10점을 주기도 아까웠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대중화되기엔 너무나도 부족했고, 관련 직원들에게 전기차와 관련된 업무 지시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불편이 따랐다.

마포-이태원-양재IC-명동에 이르는 중심지역을 이동하면서 쉽게 들를 수 있는 충전소는 4곳이었고 이 중 단 한 곳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 설치된 충전소는 총 76개(환경부 운영 47개, 다른 기관 29개)인데 사무실이 많은 중심지보다 외곽지역에 더 많이 분포해 있다.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직할(왼쪽) 충전소에는 고장 안내가 붙은 충전기가 한 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포 공영 주차장(오른쪽)의 전기차 충전소에서는 AC3상과 DC 차데모 방식만 충전이 가능했다.
2일 오후 1시30분 전기차 체험을 위해 명동에서 BMW i3 시승차량을 인도받았다. 차는 완충된 상태로 주행가능거리는 163km였다. 여의도로 이동해 업무를 본 후 퇴근후 들릴 수 있는 충전소를 찾았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기가 없어 내일 주행을 위해 미리 충전을 해놓기 위해서다. 환경부의 전기차 충전소 사이트(www.ev.or.kr)에 들어가서 확인해 가장 가까운 곳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직할’로 갔다. 첫 전기차 충전이라는 들뜬 마음으로 찾은 충전소에선 ‘고장’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써진 충전기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첫 실패였기에 당황하지 않고 다시 전기차 충전 사이트를 찾았다. 다리만 건너에 있는 마포 공영 주차장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걸 확인하고 핸들을 다시 잡았다.

마포 공영 주차장의 충전기는 정상 운영되고 있어 안내문에 적힌 대로 버튼을 눌러 실행하다가 해당 차량을 충전할 수 없는 기계라는 사실을 알았다. BMW i3는 ‘DC콤보’ 방식인데 마포공영주차장에선 ‘DC차데모’와 ‘AC3상’ 충전기만 구비돼 있었다. 기기에 부착된 전기차안내데스크로 전화했지만 저녁 9시 이후로는 안내를 하지 않는 다는 음성메시지가 들려왔다. 다시 환경부 사이트를 보니 충전기 타입이 기재돼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충전까지 실패하니 불안해졌지만 주행 가능 거리가 70km였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이동했다.

한국전력 경인건설처(왼쪽)의 전기차 충전기엔 ‘운영 중지 안내’가 붙어있어 충전을 할 수 없었다. 그랜드 앰버서더 서울호텔 주차장(오른쪽) 내 대형버스 주차장에 이르러서야 충전을 할 수 있었다.
다음날 마포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면서 충전을 하려고 했지만 거리상 들를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었다. 오후에 명동으로 이동하면서 목적지에 근접한 ‘한국전력 경인건설처’를 찾았다. DC콤보 방식의 충전기도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갔지만 역시나 실패였다. 충전기를 근처 그랜드앰버서더 서울 호텔로 이전 했다는 설명문이 붙어 있었다. 세번째 실패를 하자 불안함이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길이 많이 밀리는 구간이라 중간에 차가 서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이동을 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나와서 “일반인은 충전 할 수 없다”며 나갈 것을 강요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전력 직원을 위한 것이라면 환경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기자동차 헬프데스크에 문의했다. 전기자동차 헬프데스크 직원은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데 한국전력의 입장을 알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이후 한국전력과 환경부에 확인한 결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데 일부 직원이 잘못 알고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불안함과 의아함을 가득 안고 그랜드 앰버서더 서울호텔의 주차장을 찾았다. 몇 바퀴 돈 후 대형 충전기가 설치된 대형버스 주차장 입구를 찾았고 주행 가능 거리 13km 남겨 놓고 처음이자 마지막 충전에 성공했다.

남산 3호터널 직원이 해당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제시하는 차량만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차장 할인은 3곳 중 1곳에서만 받을 수 있었다. 여의도 공영 주차장에선 “전기차(저공해차) 할인 지시는 들은 바 없다”며 거부했고, 마포 공영 주차장은 기계식 주차요금이었는데 할인 대상 차량은 버튼을 눌려 통화하라는 안내문이 써 있었지만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다려보려 했지만 뒤로 줄지어 선 차량들이 크락션을 울려 포기하고 나와야 했다. 이태원에 있는 용산구청 주차장에서는 50% 할인을 받았는데 처음엔 ‘저공해 차량 스티커가 없어서 안된다’고 했지만 전기차인 것을 확인해주고 설명하자 ‘다음에는 스티커를 꼭 지참하라’는 얘기를 듣고 할인 혜택을 받았다.

24시간 동안 남산 3호 터널을 두 번 이용했는데 역시나 친환경 차량이라는 스티커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제 요금을 냈다.

한편 지난 1월 말부터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받은 결과 72곳의 지자체 중 절반가량이 조기 마감됐다. 한 달 만에 신청 대수가 1200대를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이 넘는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다 충전 요금이 저렴해 유지비가 적게 들고 공영주차장 이용요금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구매까지는 만족도가 높았을지 모르겠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한 후 만족도에 대해선 확신이 서지 않는다.충전소 문제로 불안한 마음을 항상 안고 다녀야 할 수 있다. 물론 전기차를 사게 되면 집이나 회사에 설치할 수 있는 완속충전기를 지원해준다. 하지만 주차면적이 부족한 우리나라 아파트 현실상 전용 주차면이나 다름없는 충전시설 설치가 쉽지 않다. 아파트 충전시설이 있다고 해도 충전을 미처 다하지 못하고 차를 가지고 나왔을 경우, 히터나 에어컨 가동으로 주행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을때 급히 충천을 해야하는데 ‘충전이 가능한 충전소’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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