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기장·포천은 하는데`, 통·리·반장이 마스크 배급 못하나

마스크 5부제 혼란에 통리반장 활용한 배급제 요구 커져
전국 통리반장 9만5000명, 지역사정 잘 알아 지원 가능
통리반장은 지자체 인력…정부가 배급제 지시권한 없어
조례 바꾸면 가능하지만 정부가 개정 요구도 어려워
감염우려 등에 통리반장이 거부하기도…금전거래 문제도
  • 등록 2020-03-12 오전 7:11:00

    수정 2020-03-12 오전 7:13:47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지도 벌써 나흘이 지났지만 약국 등 현장에선 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우체국·농협 등에서도 판매하는 읍·면지역에서도 노인 등 취약계층이 구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통리반장을 활용해 가정마다 마스크를 배분하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통리반장을 활용한 마스크 일괄 배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통·리·반장 통한 마스크 배분` 주장 왜 나오나

마스크 배부에 통리반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약국을 통한 마스크 5부제가 여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고 있다. 지난 9일부터 태어난 연도의 끝자리를 활용해 약국에서 마스크를 2매씩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판매 시간이 제각각인데다 빠르게 매진되는 등 원활한 구매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읍·면단위에서는 우체국이나 농협을 통해서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구매하기 전에 동나는 경우도 흔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약국을 통한 마스크 5부제가 아닌 통리반장을 활용한 마스크 배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마스크 몇 장을 구하기 위해 언제까지 줄서야 하느냐는 불만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업체와 계약해서 일괄 구매한 뒤 이장·통장 등 행정조직,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배분하는 형식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천정배 민생당 의원도 “정부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와 협조해 통반장과 주민자치위원회 조직을 활용한 마스크 배부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리·반장은 지자체 인력…정부 지시 권한 없어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대해 정부는 시행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12일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전국의 통리반장을 활용해 마스크를 배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통리반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만큼 지자체가 이들을 활용해 마스크 배급을 실시할 순 있지만 정부가 (시행하라고) 지침을 내리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통리반장은 9만5198명이다. 경기도가 1만5832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1만 2027명 △전남 8561명 △전북 8034명 △경남 8015명 △7984명 등 순이다.

조례 바꾸면 가능하지만…개정 요구도 어려워

이런 가운데 통리반장을 활용한 마스크 배부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지난달 28일부터 마을 단위에 통·반장을 활용해 7만여세대에 3차에 걸쳐 15매의 마스크를 지급했다. 이같은 방식은 호응을 얻자 부산 연제구·강원 강릉·인천 옹진·경기 포천·서울 노원구 등에서도 잇따라 활용해 각 세대마다 마스크 배부에 나섰다.

문제는 이같은 배부 방식 활용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침을 내리지 못해 각 지자체가 알아서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통·반장 운영이 전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통리반장 업무 중에 이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법으로 명시된 것이 없다”며 “지자체 조례로 정할 수 있지만 근거 없이 중앙정부에서 활용하라고 지시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통·리·반장이 거부하기도…돈 오가는 것도 문제

이뿐 아니라 통리반장을 활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자체들도 있다. 감염을 우려한 이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마스크를 배부하는 해당 업무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 특히 무료 배분이 아닌 돈을 주고 받는 업무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이·통장들의 월급이 30만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마스크 배부 업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감염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돈을 정산하는 업무 자체를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행안부 관계자 역시 “시골 같은 경우 이장 선출에 애를 먹고 공석인 경우도 있고 공무원이 찾아가서 마스크를 주고 돈을 지불하라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통장을 활용한 마스크 배부는 현재 약국을 통한 배부라는 정부의 지침이 바뀌어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난 6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통장을 활용해 전 세대에 5매씩 마스크를 원가로 배부하고 있는 포천시는 이같은 문제를 보완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먼저 마을회관이나 아파트 관리실을 통해 배부하고 이·통장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구매가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정산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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