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대론 안된다]⑤靑바라기 여, 지리멸렬 야…지역패권에 기댄 정치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인터뷰, 19대 국회 마무리하며 쓴소리
"큰 구조적 전환기 20~30년 길게 보고 각 분야의 정책 써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 있어"
  • 등록 2015-12-04 오전 6:02:19

    수정 2015-12-04 오전 8:10:28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박형준(55·사진) 국회사무총장(장관급)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지금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우리 정치가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의 눈에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여당은 비전을 갖고 국정을 주도하기보단 청와대가 하려는 일을 뒷받침하는 수준이고 야당은 지리멸렬하다. 국회의원 한명 한명은 열심히 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지만 전체 국회로 봤을 때 이전보다 무기력하고 왜소하다.

박 사무총장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유훈으로 남긴 ‘통합과 화합’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포착했다고 했다. 계몽적 리더십의 시대를 넘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연합의 정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9대 국회가 9일 정기회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국회사무총장으로서 1년 넘게 지켜봤는데.

△지금이야말로 의미 있는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할 시점인데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19개 국회가 종료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 제도나 시스템을 제대로 한 번도 다루지 못하고 과제를 이월시켜 상당히 아쉽다. YS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간 것은 비전과 소신을 갖고 담대한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건데 그런 의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기업으로 치면 회사원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다.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는 의회와 정부가 대립하는 미국형 모델을 갖고 있다.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말 미국식으로 하려면 예·결산 심의도 1년 연중으로 하는 게 맞다. 정부 통제하에 있는 감사원도 기능을 일부 떼어내 국회 안으로 가져와 정책감사를 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회도 정부를 너무 괴롭히면 안 된다. 생산적으로 대화하고 자꾸 부르지 말고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성화해 일상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국회 내 싱크탱크인 ‘미래연구원’ 설립을 추진 중인데.

△지금과 같은 큰 구조적 전환기에는 20~30년 길게 미래를 보고 각 분야의 정책을 써야 하는데 그때그때 필요하다, 중요하다 하니까 매달려서 하다 보면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또 바꾸고 한다. 국회 차원에서 의제를 설정해 그 분야 최고전문가들과 정부, 좌든 우든 민간을 모두 불러내 1년간 집중토론하고 공동의 안을 만들라는 거다. 생각의 힘을 키우고 생각을 조율하는 기관을 육성하는 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체다.

-일각에서는 ‘정치의 복원’을 이야기한다.

△정치가 복원되려면 적대의 정치를 넘어 사회적 타협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근원적 구조개혁은 일방에 의해서가 아니라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거다. YS가 금융실명제를 하고 하나회를 척결한 것은 구조를 뜯어고친 거다. 요새 4대 개혁이라든지 개혁이 이뤄져도 효과가 크게 있을 것 같지 않을뿐더러 그 개혁도 낮은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거나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조가 바뀌어야 하나.

△지역패권주의에 기댄 정치를 청산하고 연합의 정치가 가능한 여건이 돼야 한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5년 단임제를 바꿔야 한다. 다당제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연합의 정치란 게 정책 연합이다. 정책에 대한 서로의 합의된 방안을 갖고 정부를 공동운영하면 된다. ‘싱크탱크’의 역할이 훨씬 커지고 정쟁의 정치가 정책의 정치로 바뀌는 토양도 만들 수 있다.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하려고 하는 환경이 잘 안 돼 있는데 무리하게 나 혼자 한 번 더 국회의원 하겠다고 마구잡이식으로 뛰어드는 것은 제 성향과 맞지 않는다. 정치상황이란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문을 완전히 닫아놓은 것은 아니지만 기본은 그렇다.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은 누구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은 17대 국회 한나라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친이명박계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을 주도했고 당 대변인을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원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내며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입안했다. 온건·합리적 성향의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1960년 부산 출생 △대일고 △고려대 △중앙일보 기자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교환교수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원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정무수석·사회특보 △국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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