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춤추는 여론조사와 ‘암흑의 6일’

공직선거법 선거일 D-6일부터 여론조사결과 공표 금지 규정
밴드왜건·언더독 효과 공정선거 부작용 vs 국민의 알권리 침해
文·安 양자구도 접전 vs 격차 확대…여론조사 신뢰성 논란
SNS 통해 가짜뉴스 홍수 불가피…유권자 냉정한 판단 중요
  • 등록 2017-04-17 오전 6:00:00

    수정 2017-04-17 오전 10:00:54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1항에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 기간이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5월 9일 차기대선 D-6일인 5월 3일부터 투표마감시각인 5월 9일 오후 8시까지 실시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가 금지됩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공직선거법에 명시돼있습니다. 예외는 두 가지입니다. 5월 3일 이전 다시 말해 5월 2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아울러 물론 정당, 후보자, 여론조사기관이 5월 3일부터 9일 투표일 마감시간까지 여론조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결과는 기간 내에 공표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밴드왜건·언더독 효과 방지해야 vs 국민의 알권리 침해 막아야

여야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여론조사결과 공표 금지 기간을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려왔습니다.

찬반 의견 모두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찬성 입장입니다. 아무리 공정한 여론조사 할지라도 선거 막판 자유로운 공표가 가능해질 경우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대세 후보에게 지지표가 몰리는 현상) 또는 언더독 효과(약체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공정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지율이 낮은 군소후보의 경우 사표심리가 작용하면서 실제 지지율보다 저조한 득표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반대 측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실제 여론조사결과가 국민의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없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론조사공표 금지기간은 한마디로 ‘암흑의 6일’입니다. △누가 1등인지 △2위와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지 △오차범위 안팎인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여론조사결과 공표 금지기간이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규제라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 기간 자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선거일 하루 이틀 정도입니다. 부작용은 상당합니다. 선거일 D-6일 전부터 여론조사결과를 인용·보도하지 못하면 실제 개표결과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선거 막판 일주일이면 민심이 하루 단위로 변합니다. 후보 단일화나 네거티브 등 예측불허의 변수가 민심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20대 총선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치와 실제 개표결과가 너무나도 상이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결과 공표 금지 기간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20대 총선 이후 모두 엉터리…현실적으로 여론조사가 유일한 참고수단

대선 D-22일인 17일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입니다. 이제 수많은 언론사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낼 것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불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대 총선 예측실패라는 대참사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조작’이라는 비난도 나옵니다. 여론조사 응답자가 실제 투표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구조적 한계입니다. 여하튼 유권자가 여론조사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역시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의 지지율 순위입니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조사방법, 조사시점에 따라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4월 이후 문재인 vs 안철수 지지율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4월 3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과 4월 4일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출 이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세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적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말그대로 수직상승하면서 차기대선 구도가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구도로 접어들었습니다. 말그대로 오차범위 이내의 초박빙 승부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중반 이후부터는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구도가 미묘한 균열 조짐을 보인다거나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접전 구도는 분명하지만 추세로 보면 안철수의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논란은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무한대의 시간과 비용을 쓸 수 있다면 굳이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4200만명 가량 유권자를 모두 대면조사하면 가장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합니다.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조사기간도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조사는 바로 그래서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여론조사 이외의 수단으로 대선판세의 추이를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주요 후보 지지지와 네티즌들의 관심은 엄청납니다. 단순히 언론의 여론조사 보도에 만족하지 않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까지 찾아가서 보다 더 자세한 사항까지 직접 체크할 정도입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혼선…응답률과 샤이보수, 유선·무선비율 논란

그런데 논란거리가 너무 많습니다. 응답률이 대표적입니다. 언론용어 중 ‘침묵의 나선이론’이 있습니다. 특정이슈에 대해 사회적인 다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한다는 것입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진보·보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습니다. 다시 말해 보수층이 여론조사 응답을 거부하는 샤이보수층이 됐기 때문에 낮은 응답률의 여론조사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주로 보수진영에서 많이 하는 항의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모르는 전화번호는 받지 않습니다. 보이스 피싱이나 광고성 전화도 난무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의 전화도 마찬가지 취급을 받습니다. 결국 응답률이 높지 않으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샘플링만 정확하다면 응답률이 낮아도 크게 문제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응답률 논란과 관련해 해프닝도 있습니다. 만일 1000명 대상 조사에서 응답률 5%라고 하면 50명이 대답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는 2만명을 조사해서 1000명이 대답했기 때문에 5%라고 하는 것입니다.

유선·무선 비율도 논란입니다. 집전화와 휴대폰 조사 비율의 문제입니다. 유무선 비율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지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론조사결과를 둘러싼 갑론을박과 관련, “가장 중요한 것이 유선과 무선의 비율”이라면서 “유선이 많을수록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무선이 많을수록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올라간다. 현행 여론조사에서 지금 무선 비율을 적게는 50%, 많게는 100% 반영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안철수 우세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비율이 40∼50% 안팎의 조사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문재인 우세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비율이 80∼9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무선전화 비율이 높아진 것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입니다. 집전화 위주의 여론조사는 대참사를 가져왔습니다. 여론조사결과와 실제 선거결과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낙승이 예고됐던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 다음날 아침까지 개표가 진행될 정도로 말그대로 초박빙이었습니다. 이후 무선전화 비율은 점차 높아져서 최근에는 적어도 50% 이상 또는 80∼90%, 일부 조사기관은 100% 무선전화 조사방식을 사용합니다. 유무선 전화의 황금비율은 없습니다. 정치적 상황과 조사기관의 노하우에 따라 유무선 비율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60대 이상의 노인들도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유선전화를 받을 수 있는 젊은층이 거의 없는 만큼 무선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한 편에서는 탄핵 이후 보수·진보가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상황에서 무선전화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야당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유무선 혼합 전화면접조사는 비교적 ‘여편향’이 크다”며 “동일한 프레임으로 정기적인 조사를 수행하는 해당 기관들의 데이터를 시계열적으로 비교분석하면 보다 유의미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론조사공표 금지 ‘암흑의 6일’ “가짜뉴스는 춤을 춘다”

여론조사가 비판에 시달리는 것은 주로 지방선거와 총선 이후입니다. 그러나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보는 대선은 다릅니다. 거의 틀린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없지 않습니다. 문재인 vs 안철수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의 초박빙 구도로 여론조사결과 공표금지 기간이 5월 2일까지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5월 3일부터 5월 9일 오후 8시 대선투표 마감시한까지는 여론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공표 금지는 밴드왜건·언더독 효과 및 사표심리 방지를 위한 목적이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유권자가 참고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오직 대선 D-7일인 5월 2일까지 조사한 결과입니다. 5월 9일 대선투표일까지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또 대선 막판 변수가 각 후보들의 지지율과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투표일 7일전 여론조사 결과를 가장 중요한 참고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들쭉날쭉 춤추는 여론조사 결과에 이어 암흑의 6일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른바 ‘암흑의 6일’이 시작되면 부작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짜뉴스가 진짜 여론을 뒤흔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유권자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타고 가짜뉴스가 춤을 출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됩니다. △A후보가 B후와의 격차를 벌렸다 △B후보가 A후보를 재역전했다 △C후보가 A·B후보의 분열 속에서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등등 정확성과 신뢰도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유언비어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여론조사공표 금지기간 동안 SNS를 타고 확산되는 여론조사가 특정 정치세력이 의도를 갖고 흘리는 허위라면 더욱 믿을 게 못됩니다. 모두들 가짜뉴스에 흔들리지 않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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