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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류 처장은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어느 지역으로 얼마나 유통됐는지 묻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추적하고 있다”, “알아보고 보고하겠다”,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다” 같은 무책임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이어갔다. 이튿날 열린 국정현안점점 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식약처의 현안 파악과 향후 준비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해 이 총리로부터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브리핑하지 말라”는 질책까지 들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댓글에 “오죽했으면 총리가 그런 말까지 했겠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결국 야3당은 류 처장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류 처장 임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보은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류 처장은 약사출신으로 부산약사회장, 대한약사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류 처장은 문 대통령의 부산지역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 후보의 직능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부산시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민주당 비례대표 20번을 배정받기도 했다. 또 지난 대선 때에는 민주당 부산시당 특보단장을 맡기도 했으며 전국 약사 2345명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이 류 처장의 작품이라는 얘기도 있을 만큼 약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행보는 정치인에 더 가까웠다.
지난 10일 열린 식약처장 기자간담회에서 한 식약처 국장은 “한 달 동안 겪어 보니 추진력이 강하고 화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류 처장은 “먹거리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국내산 계란은 살충제 파동을 겪고 있는 유럽과 달리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온 실언이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진행 중이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 ‘역대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통합적인 인사’라고 자평했다. 한 의대 교수는 “청와대가 식약처의 전문성과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식약처장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는커녕 불신만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