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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공무원은 ‘공무원인 듯 공무원 아닌 공무원’
22일 인사혁신통계연보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가직과 지방직을 합친 시간선택제 일반직 공무원은 2432명으로 총 채용인원(4356명)의 절반 수준이다. 제도를 도입한지 만 3년 만에 임용포기를 포함한 퇴직률이 44%에 달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란 능력과 근무의욕이 있지만 전일근무가 어려운 인재들을 위해 주 20시간 근무만 하되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공무원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방편으로 도입해 각 중앙부처와 지자체, 경찰청 등에서 대대적으로 채용했다. 당시 정부는 지방공무원임용령에 의무비율까지 정해가며 시간선택제 채용을 사실상 강제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반쪽짜리 공무원’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공무원이지만 상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원연금 가입이 안되는 등 지위가 불확실한데다 급여기준이 아닌 수당도 모두 반액만 지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지영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장은 “정부는 2016년엔 공무원연금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놓고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며 “현재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이 아닌 일반 국민연금 대상자여서 소속 직장이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하는데 전례도 경험도 없다는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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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문제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에 대한 추진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타깃층은 일과 가정을 동시에 이끌어가면서 경력을 단절시키고 싶지 않은 여성”이라며 “실제 그런 분들은 지금도 만족도가 높지만 정작 이분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10% 정도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당초 목표와 실제 운영 결과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제도를 폐지하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결국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사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 때는 공격적으로 채용을 독려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임용의무비율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정성혜 전국통합공무원노조 시간선택제본부 국장은 “결국엔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상처만 남긴 채 자연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연근무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국내 조직문화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 제도는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는데다 정교하게 다듬지 않은 채로 급조하면서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남성일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시간제 근무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일 수 있지만, 전일제 근무가 당연시되는 조직문화에서 이들은 급여를 떠나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선 조직문화 자체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하고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에게는 그들의 시간에 맞는 직무를 개발해 맡기는 방향으로 좀 더 촘촘하게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