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文정부 첫 무기구매 사업…'명예회복' 노리는 보잉

  • 등록 2018-03-11 오전 10:18:34

    수정 2018-03-11 오후 1:23:3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해군의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이 이르면 내달 본격화 됩니다. 군당국은 늦어도 상반기 내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구매계획을 확정하고 기종 선정 절차에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연말께 대상 기종이 선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해상초계기 사업 예산은 총 1조9400억원 규모로, 문재인 정부의 첫 무기구매 사업입니다.

해상초계기는 해상에서 대잠전, 대함전, 기뢰전 등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조기경보와 정보수집 역할도 담당하는 고정익 항공기입니다. 현재 우리 해군은 P-3C 8대와 개량형인 P-3CK 8대 등 총 16대의 해상초계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환경과 70여척에 달하는 북한 잠수함 위협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전력입니다. 일본의 경우 P-1과 P-3C 등 100여대의 해상초계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 장병들이 해상초계기를 운용하고 있다. [출처=보잉]
당초 해군은 미 해군의 퇴역 해상초계기인 S-3B ‘바이킹’20대를 중고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합동참모본부 전력소요검증위원회는 해상초계기 도입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12대만 들여오는 것으로 우선 결정하고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해군은 기존의 제6항공전단을 해상작전헬기와 해상초계기 추가 도입을 통해 항공사령부로 승격시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S-3B 바이킹은 2009년 1월 35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현재 완전히 퇴역한 상태로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에 세워져 있습니다. 군 당국은 이를 구입해 수리한 뒤 전력화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군이 지난 2013년 상반기에 바이킹 기체 값과 성능 개량 비용 등을 평가했을 때는 대당 300억원 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4월 조사에서는 기체값 188억 원에 성능개량비 406억 원으로 대당 총 594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퇴역 항공기가 1년여 만에 가격이 2배나 뛴 것입니다. 이미 퇴물이 된 항공기를 비싸게 구입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6년 사업 재검토가 이뤄졌습니다. 선행 연구를 통해 S-3B 바이킹이 중고인데다 운용 유지 문제 등의 논란이 있어 보다 성능이 우수한 해상초계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올해 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차기 해상초계기를 해외 구매하는 것으로 다시 결정하고 사업 공고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보잉社의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 [출처=보잉]
차기 해상초계기 사업, 포세이돈 vs 소드피쉬

당초 차기 해상초계기 기종으로는 미국 보잉사(社)의 P-8 포세이돈이 단독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현존 최고로 평가받는 기종이기 때문입니다. 미 해군 뿐만 아니라 영국, 인도, 호주, 노르웨이에 판매되면서 성능을 검증받았습니다. 게다가 현재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P-3 뿐만 아니라 공군의 E-737 조기경보통제기인 ‘피스아이’와의 상호운용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P-8 포세이돈 만한게 없습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관련 예산을 기존에 1조3500억원 수준에서 6000억원 가량 늘렸습니다. 경쟁없이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려던 사업은 한국국방연구원의 ‘권고’로 경쟁입찰로 전환됐지만 P-8 포세이돈을 염두에 두고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경쟁 상대가 나타났습니다. 스웨덴 사브社의 ‘소드피시’(Swordfish)가 손을 든 것입니다. 스웨덴 등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해 운용 중인 비즈니스 제트기 ‘글로벌 6000’을 개조한 기종입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실체가 없는 항공기이지만 사브 측이 주장하는 대로 항공기가 개발될 경우 P-8 포세이돈의 승리를 낙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사브는 2~3대를 스웨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파격 제안까지 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에이사(AESA) 레이더의 기술이전도 제안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브는 이번 해상초계기 뿐만 아니라 동일하게 글로벌 6000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글로벌아이’를 통해 한국 공군의 조기경보통제기 사업에도 도전한다는 구상입니다.

사브 측의 공세가 본격화 되자, 비교적 쉽게 사업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보잉이 초조해진듯합니다. 방위사업청 사업관리본부장 출신의 예비역 공군 중장을 고문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포세이돈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웨덴 사브社의 해상초계기 소드피쉬 모형 [출처=사브]
보잉, F-18·F-15SE 전철 밟지 않겠다

보잉이 우리 군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6.25 전쟁 당시 더글라스 AD 스카이레이더 폭격기가 참전한 때부터입니다. 이후 보잉이 인수한 맥도넬 더글라스가 F-4 팬텀 전투기를 1969년 한국 국방부에 인도하면서 본격화 됐습니다. 현재 우리 군은 미 육군의 중고 CH-47 치누크 헬기 14대를 추가로 도입하며 총 42대의 치누크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치누크 운용 국가입니다. 이와 함께 육군은 최강 공격헬기로 평가받는 보잉의 아파치 가디언도 36대 도입한바 있습니다. 앞서 보잉은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를 60여대 납품했습니다. 공군의 조기경보통제기인 피스아이 역시 보잉의 제품입니다.

그러나 보잉(옛 맥도날 더글라스)은 경쟁사인 록히드마틴에 한국 공군의 전투기 공급 사업을 내준바 있습니다. 당초 우리 군은 1989년 F-18을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선정하고 120대를 도입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보잉이 당초 50억 달러에서 62억 달러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결국 1991년 F-16으로 기종이 변경됐습니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율곡사업’ 스캔들입니다.

특히 보잉은 한국 공군의 차세대전투기(F-X) 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당초 F-X의 최종 기종은 록히드마틴의 F-35A가 아닌 보잉의 F-15SE였습니다. 가격 입찰결과에서도 F-15SE가 총 사업비 8조3000억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최종 기종은 F-35A로 변경됐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F-35A는 올해 우리 공군에 6대가 인도된 이후 2021년까지 총 40대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2015년 공군의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에서도 보잉의 KC-46A 대신 유럽 에어버스의 A330 MRTT가 선정되면서 보잉의 국내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만큼 보잉에게 있어 이번 해상초계기 사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결연함까지 느껴집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보잉이 해상초계기 사업에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