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히면 퍼지는 '몰카'…열에 아홉은 벌금만 내고 풀려나

“학생들이 불안해 해서” 학생회 주도로 몰카 점검 잇따라
몰카범죄 10건 중 9건은 벌금형·집행유예 솜방망이 처벌
  • 등록 2018-04-11 오전 6:30:00

    수정 2018-04-11 오전 6:30:00

지난달 30일 건국대학교 3관 2층 여자화장실에서 여성안심보안관들이 전자파 탐지기와 적외선 탐지기로 몰래카메라를 단속하고 있다.
[사진·글=이데일리 노희준 황현규 기자] “화장실에 있는 구멍마다 탐지기를 가져다 대는 거죠.”

서울 광진구 건국대 3관 여자화장실. 서울시의 ‘몰래카메라 단속반’인 여성안심보안관 박모(52·여)씨가 30cm 길이의 전자파 탐지기를 화장실 천장에 가져대며 특이 신호가 나오는지 확인했다. 초록색의 바코드 모양의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면 구멍 안에 몰래카메라가 숨겨져 있다는 의미다. 변기 한 칸을 점검하는데 드는 시간은 7분 남짓. 박씨는 △천장 환풍기 △변기칸 문고리 △못이 박힌 자리 △세면대 밑까지 샅샅이 확인하고 나서야 다음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학생들이 불안해 해서” 학생회 주도로 몰카 점검

대학들이 지방자치단체들과 손잡고 몰래카메라 척결에 나서고 있다. 몰래카메라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몰래카메라 포비아(공포)’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교 여자화장실에서는 이동식저장장치(USB) 충전용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지난달 홍익대 학생회에는 남성 외부인이 교내 여성화장실에 들어왔다는 신고가 지난 2일과 지난 16일 두 차례에 걸쳐 접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30일 건국대 학생회는 서울시와 함께 여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중심으로 몰래카메라 점검작업을 벌였다. 여성안심보안관은 몰래카메라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6년 8월에 발족했다. 지자체 중 처음이다.

이날 46명의 여성안심보안관은 2인 1조로 나눠 전자파 탐지기와 적외선 탐지기를 손에 쥐고 총 390개 화장실을 돌았다, 몰래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건국대 학생회 관계자는 “요즘 몰래카메라 범죄 관련 언론 보도가 많아 불안해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몰라카메라 점검작업을 벌었다”고 말했다.

홍익대 학생회도 몰래카메라 점검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다음주 중 여성안심보안관이 몰래카메라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지난해 5월부터 자체적으로 마련한 몰래카메라 적발 장비를 학생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최근에는 서대문경찰서에 학교 내 몰래카메라 점검을 요청했다. 연세대는 일정이 협의되는대로 학내 화장실뿐만 아니라 학교 앞 술집·상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이 여자 화장실 내에 뚫인 구멍에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대며 신호를 지켜보고 있다.
몰카범죄 10건 중 9건은 벌금형·집행유예

경찰청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 촬영) 발생건수는 2011년 1353건에서 2016년 5170건으로 5년 새 4.48배 증가했다. 몰래카메라를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잘못된 인식과 솜방망이 처벌이 몰래카메라 범죄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아울러 누구나 손쉽게 몰래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몰래카메라 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중 1심에서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난 비율이 86%에 달했다. 징역 등 자유형을 받은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몰래카메라는 찍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유포로 이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양형 5년이라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허벅지를 찍으면 처벌이 되고 종아리를 찍으면 처벌이 안 되는 등 처벌 기준도 들쑥날쑥한 부분도 많다”고 지적했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학생 불안감 해소차원에서 공권력 협조를 통한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몰래카메라 범죄 예방 캠페인이나 교육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자파 탐지기가 휴지걸이 내에 있는 금속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휴지 걸이를 분해하여 직접 확인한 결과, 몰래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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