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직장인 김영미(가명·35세)씨는 최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를 사전 계약하기 위해 서울의 한 르노삼성 전시장을 찾았다가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현장 판매직원도 적극적이지 않고 실제 차를 받으려면 올 6월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소비자는 결국 폭스바겐 골프를 계악했다.
르노삼성이 ‘QM3 딜레마’에 빠졌다. QM3는 지난해 12월 1000대 한정 출시 물량이 7분 만에 모두 판매되고, 사전계약 대수가 1만대를 넘어설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올 3월 정식 출시까지 아직 2개월여 남은 데다 아직 국내 수입 물량도 정해지지 않아 적극적으로 판촉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전계약 고객이 중도 포기하는 일도 늘고 있다.
르노삼성은 아직 프랑스 르노 본사와 국내 수입 물량을 협의 중이다. 연내 1만5000대 이상을 들여온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미확정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판매목표도 아직 QM3를 뺀 6만6000대만을 확정했다. 한 르노삼성 영업사원은 “지금으로서는 언제 얼마나 들여올 지 몰라 고객에게도 차량을 언제 받을 수 있다고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이 QM3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르노삼성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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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고민은 또 있다.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QM3의 국내 판매 가격은 2250만~2450만원으로 수입차로서는 파격적이다. 그만큼 마진은 낮다. QM3의 판매량이 늘어나더라도 회사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프랑스 르노 본사 입장에선 유럽 내에서도 인기 있는 QM3를 구태여 마진이 낮은 국내에 배정하는 데 열을 올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은 그럼에도 QM3가 미칠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년 연속으로 내수 판매량이 급감한 가운데 QM3의 인기가 전체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QM3의 인기가 다른 차종 판매 확대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QM3를 뺀 SM3, SM5, SM7, QM5 4개 차종은 이렇다 할 신모델이 없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 3만3000여대가 판매되며 상반기보다 30% 이상의 판매증가세를 보였다.
르노삼성은 이런 판매 확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1월부터 최대 84만원의 할인 혜택을 내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연내 SM5 디젤 모델을 포함해 전 차종의 상품성개선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본사와 연내 1만5000대 이상의 QM3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긴밀히 협상하고 있다”며 “QM3의 인기가 전 차종의 인기로 퍼지고 있는 만큼 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