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조리사의 하루..'별 보며 출근'

  • 등록 2018-02-16 오전 8:00:00

    수정 2018-02-16 오후 7:27:59

14일 새벽 2시, 평창동계올림픽 단체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조리사들이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미디어촌 식당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삐비빅- 삐비비비빅-”

14일 00시 30분. 강원도 양양. 조리사 김모 씨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 씨는 대기업에서 대량급식 조리를 담당하다 평창올림픽에 파견됐다. 그가 다니는 회사가 올림픽 대량급식 업체로 선정되면서 그를 선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침식사 준비조에 배정받았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김 씨는 동료들과 함께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 1시 양양을 출발한 버스가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이 몰려 있는 강릉이다. 미디어촌 식당에서 일하는 김 씨는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부터 매일 새벽 2시에 출근한다.

식당에 도착한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침식사다. 새벽 2시 10분. 2시간 먼저 출근한 다른 조 조리사들이 마련해둔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미디어촌 식당은 내외신 기자와 대회관계자를 포함해 7000여명의 사람들이 이용하는데 이 중 3분의 1 가량이 아침을 먹으러 온다. 한끼 식사인원만 2500여명에 달하는 셈이다. 아직 잠이 덜 깬 김 씨는 힘을 내기 위해 억지로라도 배를 채운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본부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총 5곳이다. 각 식당별로 7~9개조가 돌아가며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2시간마다 퇴근자와 출근자가 교대한다. 김 씨가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근무하면 그 뒷 조는 새벽 4시부터 낮 12시까지 근무한다. 일명 ‘겹치기 근무’다.

선수들은 물론 대회 관계자들까지 모두 이용하는 식당이기 때문에 챙겨야 할 것들은 더 많다. 대표적인 게 위생관리다. 개인 소지품은 반입할 수 없다. 손 소독과 신발 소독을 거쳐 주방에 입장한다. 조리복은 조리가 끝나면 세탁업체에서 걷어가 세탁해준다. 식약처에서도 주기적으로 식당을 돌며 검수한다. 특히 최근 일부 관계자들에게 노로바이러스 확진 판정이 나면서 위생점검이 더 까다로워졌다. 각 주방마다 손 소독제가 구비돼있어 수시로 뿌리라는 교육을 받는다.

새벽 2시 20분. 주방에 입장한 김 씨와 동료가 식재료 전처리조와 조리조로 나누어 움직인다. 전처리조는 식재료를 다듬어 조리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조리조는 다듬어진 재료를 받아 음식을 만든다.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올림픽 식당이지만 조리법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편이다. 알러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재료들을 피하고 너무 맵거나 짜지 않도록 조리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받은대로만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메뉴가 중간에 변경되는 일은 없다.

아침식사 준비가 완성되는 시간은 오전 4시 30분이다.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검식작업을 한다. 맛은 괜찮은지 상한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만들어진 음식을 조금씩 떼어내어 보존식을 포장한다. 미디어촌 식당의 아침식사 시간은 5시부터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이 모든 작업을 마쳐야한다.

오전 5시. 식당의 문이 열리면 대회 관계자와 내외신 기자들이 식사를 시작한다. 배식은 뷔페식으로 이뤄지는데 부족한 음식을 그때그때 확인하고 채워넣는다. 식사가 시작됐지만 아직 일이 다 끝난건 아니다. 오전 7시. 앞으로 24시간동안 써야 할 식재료가 들어오는 시간이다. 조리조가 부족한 음식을 계속 만드는 동안 전처리조는 식재료를 받아 정리한다.

오전 10시. 아침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식당을 모두 빠져나가면 조리사들은 식당 문을 닫고 뒷정리를 시작한다. 조리도구를 닦고 도마위를 모두 정리한다. 그 사이 새로 출근한 점심 식사 준비조가 주방 한쪽에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새벽 2시 출근한 김 씨와 동료들은 간단히 점심을 먹고 11시쯤 식당을 빠져나와 다시 양양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오른다.

낮 12시 30분. 숙소에 도착한 김 씨는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돌린다. 오후에는 동료들과 시내에 나가 볼링을 치기로 했다. 볼링 이후에는 차를 가져온 동료 조리사와 바다 구경을 한다. 밤낮이 바뀌어 피곤하기 때문에 매일 이렇게 놀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후 4시. 다시 숙소로 돌아온 그는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그는 28일 파견을 마치고 본 근무지로 돌아갈 예정이다.

오전 5시.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평창올림픽 미디어촌 식당 조리사들이 아침배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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