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의료산업과 아이돌의 공통점

이기준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교수
  • 등록 2014-01-12 오전 11:40:23

    수정 2014-01-12 오전 11:40:23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교정과 이기준 교수] 정부가 의료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모양이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위한 성장동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의료산업’이란 용어는 흔히 회자됨에도 의료의 어떤 부분을 산업화할 것인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이 의학계열로 몰리면서 ‘의술’의 발달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다. 연예계로 치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오디션 통과자들이 줄줄이 대기해 있는 셈이다. 이들의 의술을 경험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오는 것은 이제 드물지 않다. 최근 해외 병원 건설과 의사 및 의료 ‘서비스’의 수출을 통한 추가적인 경제효과를 노리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미국이나 독일 등의 선진국에서는 자국의 의사나 병원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의료관광 환자를 유치하는데에도 혈안이 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의료산업’에 별 기대를 걸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해외 학회에서 인정받는 천재적인 치과의사 A의 하루를 보자. 그는 미국 A사의 치과 체어에 누워 있는 환자를 독일 K사의 핸드피스(치과장비)를 이용해 진료를 하고 간간이 일본 H사의 CT 영상을 보며 진행상황을 확인한다. 그의 기공물은 독일 D사의 장비를 통해 만들어지고 결국 환자 입 안으로 직행한다.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는 그는 진행중인 줄기세포 실험을 위해 고가인 미국 B사의 배양액을 이용해 미국 G사의 배양기를 이용하여 키운 세포를 독일 L사의 현미경과 A사의 분석기를 이용하여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임상의료와 임상연구가 활성화될수록 배 불리는 타국의 회사들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가 1억원의 수입을 올리기 위해 투자한 비용은 수억원에 달하며 역시 1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하여 지출한 재료비용의 대부분은 해외로 유출될 것이다.

연예계의 아이돌은 걸어다니는 주식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파는 상품은 아직은 연예 콘텐츠 자체에 국한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음향기기, 악기, 장신구 등 모든 물품이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국산 제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관련 산업이 인기가 있다면 가수 싸이의 인기가 사그러들어도 이미 해외에 상륙한 관련 산업의 제품들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 수 있다.

의료관광을 포함한 환자 진료 차원의 의료는 의사든 환자든 사람의 물리적 이동을 요하므로 산업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다. 원격진료라는 것도 진료의 책임 소재와 법적인 문제 등 걸림돌이 많은 게 사실이다.반면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약 4.6조로 세계 시장의 1.3%에 불과하다. 개발된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다양한 판로를 통해 산업적 성장의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는 여전히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적자 수지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등 신흥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의 의사는 아이돌과도 같다. 이들의 강의를 접한 해외의 의사들은 한국의 의사들이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을 쓰는지 당연히 궁금해 한다. 또한 이들이 발표하는 탁월한 논문에 국산 연구재료가 이용되었음이 인용되면 이들을 매개체로 관련산업, 즉 의료기기 및 시스템이 패키지화 되어 진정한 의료산업이 꽃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장비나 기기들은 대부분 정밀성을 요하며 재료나 화학 등 기초산업의 발달을 전제로 하므로 단기간 내에 국산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운 만큼 향후 최소 십 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투자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의료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근시안적인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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