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와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보안손님’으로 알려진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와 ‘비선 의료진’ 등이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했다. 대통령 경호실은 이들에 대한 신원 확인없이 경내 출입을 허용했다.
현 경호실은 대통령 직속기구다. 청와대의 2인자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동일하게 장관급인 경호실장을 통제하지 않는다. 경호실은 견제받지 않은 권력 조직으로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들의 편의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경호실 폐지 및 축소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주인은 경호실이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5년마다 바뀌지만 경호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안전을 내세우는 경호실의 명분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다. 경호실이 “경호상 어렵다”고 하면 청와대 수석들은 경호실 눈치를 봐가며 대통령 일정을 짜야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비공개로 누구를 만나는지 알 수 없지만 경호실은 이를 알 수 있다.
사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당시에는 대통령 경호실이 없었다. 경무대(청와대) 내에 경찰서를 두고 이들에게 경호 임무를 맡겼다.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자 해당 경찰서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대통령 경호 업무는 서울시 경찰국의 파견대가 담당했다. 이 파견대가 현재 청와대 내부 경비를 맡고 있는 ‘101경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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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실장이 군 출신이 아니었던 적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 박상범 실장(제9대)과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김세옥 실장(제12대) 및 염상국 실장(제13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어청수 처장(제15대) 등 4번 뿐이다. 현재 제16대 실장도 육군참모총장 출신의 박흥렬 실장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장관급이었던 경호실장 자리를 차관급으로 격하하고 조직도 경호처로 축소했다. 정부 몸집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들어 경호실장이 다시 장관급으로 격상됐고 경호실도 부활했다. 이 때문에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의원은 “대통령 경호 조직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적폐”라면서 “정치적 격변기에 정권 친위대 성격으로 만든 조직을 현재까지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경호실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을 유지한 상태에서 행사를 완벽하게 치르는 게 경호실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경호실의 눈치를 보며 비서실이 대통령 일정을 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호실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조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과거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했던 얘기”라면서 “경호실은 인사나 정책 결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정보력도 갖지 않는 경호전문조직”이라고 반박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 대통령 경호는 국토안보부 산하 백악관 비밀경호국이 담당한다. 일본과 영국 등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가원수의 경호를 경찰 조직이 맡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호 책임자는 우리나라가 장관급인 것과는 달리 치안감급 또는 경무관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