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하는 세탁기가 미국으로부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적용 압박에 직면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양사 수출품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한 LG 세탁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서 한국산 제품을 별도 심사하기로 한 규정에 따라 제외될 수 있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만약 삼성과 LG의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연간 1조원 규모의 미국 수출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달려 있는데, 현 상황은 미국으로서도 녹록지 않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도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위협으로 인해 미국과 한국간 공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인데다 양국이 지난 2012년 발효한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한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측이 공격적인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지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특히 FT는 “삼성과 LG전자가 미국내 새로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약속한 것도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내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토리 위팅 해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 연구원은 이날 더 힐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월풀의 청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인 고용이 다소 늘어날 순 있겠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세탁기를 살 때) 더 높은 구매비용 부담을 져야하며 선택권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인들이 어떤 브랜드의 세탁기를 살 것인지는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