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에 묻다]"대기업? 9급공무원이 낫죠"…도전보단 안정 원한다

열명중 넷 "대기업보다 9급공무원"…대기업맨도 `동의`
"대기업 원해요" 대학 졸업후 22→6%로…청년 절망 반영
文정부 일자리 정책 `실패` 47.1%…공직자들도 `부정적`
  • 등록 2019-09-25 오전 6:18:00

    수정 2019-09-25 오전 6:48:44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청년들이 갈 곳이 없어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갈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중소기업도 열악하지 않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29세 서울 거주 공무원)

얼어붙은 청년 취업 시장에 청년 실업자가 68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열정과 패기로 유망 기업과 창업 도전을 꿈꾸던 청년들도 이젠 안정적인 공무원 사회로 들어가기 위해 발길을 돌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차. 대대적인 일자리 정책에도 2030세대의 절망과 경직된 경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2030세대 10명 중 4명 “대기업보다 9급 공무원”…대기업 직장인도 ‘동의’

이데일리가 2030세대(25~34세) 4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00명 중 40.1%가 9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낫다고 응답했다. 반면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낫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에 취업한 직장인도 장기적으로 9급 공무원이 낫다는 응답을 했다는 것이다. 9급 공무원이 낫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0대가 41.7%로 20대(34.7%)보다 높았는데 대기업·중견기업 직장인 3명 중 1명이 이같이 응답했다.이미 대기업을 경험한 친구나 선후배의 이러한 경향은 학생이나 구직자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학업 중이거나 구직활동 중인 청년 10명 중 4명(26.7%)이 공무원을 가장 원하는 직종으로 꼽았기 때문. 대기업은 9.3%에 그쳤고 창업은 5.7%에 불과했다.

특히 대학 재학 중인 응답자는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비율이 22.2% 수준이었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6.7%로 급감했다. 이는 대학 졸업 후 마주한 취업 시장과 직장 생활에 대해 절망을 느낀 청년 세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자기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경향은 일과 구별된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특히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 재미있고 즐거운 일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9.4%에 달했고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는 비율은 22.7%에 그쳤다. 자신의 삶을 보장받는 정책을 선호했다. 응답자의 48.3%는 주 52시간·주휴수당제 도입이내 소득이 줄어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신만의 시간을 보장받는 게 곧 여가시간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2030세대 10명 중 6명은 여간만 허락된다면 퇴근 후 투잡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특히 빈부격차에 민감했는데 부모세대의 빈부격차가 자식세대에서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78%에 달했다.

아울러 2030세대가 공무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로는 취업시장에 대한 공포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취업한 직장인들은 졸업 후 취업이나 창업까지 걸린 시간이 15.5개월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취업자인 2030세대가 졸업 후 구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간은 23.3개월로 향후 취·창업 시장에 대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강했다.

文정부 일자리 정책 ‘실패’ 47.1%…공직자들도 ‘부정적’

청년 고용 상황이나 취업시장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컸다. 문재인 정부에 추진된 일자리 만들기 정책에 대해 47.1%가 실패한 것 같다는 응답을 한 반면 긍정적인 평가를 한 비율은 11.5%에 그쳤다. 매우 성공적이라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특히 문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미취업자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경북에 거주하는 32세 여성은 “중소기업에 투명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기술직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가겠지만 문과에게도 기회는 사무직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7세 여성도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공무원 채용을 늘릴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사기업 채용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일자리 확충에 대해 2030세대 공무원·공기업 직원들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33세 여성은 “공공일자리가 늘었다고 정책에 성공한 것처럼 자화자찬해도 청년은 속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정책을 이어나가면 일자리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공무원인 25세 남성도 “물가는 상승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보다 국민과 기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2030세대 대다수는 현금 남발성 정책을 그만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활성화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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