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내가 쓴 작품은 나의 적...예술가의 숙명"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대하소설 3부작 출간 30여 년만에 다시 읽어
"새로운 것 창작하고자 노력해 와"
"책상위에 엎드려 생 마감하는 것이 소망"
  • 등록 2020-10-13 오전 6:00:00

    수정 2020-10-13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내가 쓴 작품은 나의 적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예술가의 숙명성 때문이다. 지난 세월 잔인무도한 예술가의 길을 착실히 걷기 위해 내 작품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조정래(78) 작가는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8살 등단할 때만 해도 50년 뒤 78살이 되리라 생각을 못했다. 그저 열심히 하다 보면 죽는날까지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조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일제강점기부터 경제개발 시대까지 20세기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대하소설 3부작을 냈다. 조 작가는 초판 출간 후 30여 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작품을 정독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책을 읽지 않았던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 위해 이전의 작품을 잊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는 심지어 이전에 썼던 소설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성(姓)까지 겹치지 않도록 고민했단다. 그는 “내 소설을 연달아 읽은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껴서는 안된다”며 “전혀 다른 전형성을 가진 인물을 창조해 왔다”고 말했다.

분명 책을 쓸 때는 2~3번 고민해서 썼던 문장들이지만, 새로 읽으니 마땅치 않거나 석연찮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 적도 많았다. 전라도 방언과 구어체의 느낌이 더 생생하게 읽히도록 어휘부터 조사, 어미, 문장부호까지 하나하나 다시 손봤다. 일부 장면은 분위기를 생생히 살리기 위해 묘사를 강화했다. 조 작가는 “이번 개정판은 완벽을 향해 가는 작가의 진지한 노력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오랜 독자들에게 보답을 하는 의미에서 독자의 질문 100여 개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도 함께 출간했다. 그가 손수 질문을 꼽아 답변을 달았다. 열혈 문학청년에서 대작가가 되기까지 겪어온 시행착오와 깨달은 바를 스스럼없이 고백했다. 조 작가는 “문학을 떠나서 작가가 가진 사회적 임무에 대한 응답을 유도한 질문에 굉장히 보람을 느끼며 답변을 썼다”며 “아베 일본 전 총리가 저지른 일,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현실 등을 묻는 질문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반민특위가 부활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일본 유학파들은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일본의 죄악에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그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조 작가가 발표한 작품은 대하소설 3부작을 비롯해 장편소설 10편, 중단편 50여 편, 산문집 6편, 위인전 7편 등에 이른다. 지금껏 수 많은 작품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노력’을 꼽았다. “제 소설을 보고 젊은이들은 꼰대 소설이라고 한다”며 웃은 그는 “그럼에도 인생은 노력이다. 노력없는 성취는 절대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질을 주제로 하는 3권 분량의 책이 2년 후, 내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3년 후에 각각 출간할 것”이라고 작품 계획을 밝혔다. 조 작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어긋남 없이 살아왔고, 그런 치열함을 사랑한다”며 “지금의 건강 상태만 유지한다면 이번 계획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독서량이 계속 줄고 있는 요즘. 조 작가는 단 한 명의 독자를 위해서라도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설의 위기는 언제나 있었고, 2050년에는 책이 지금보다 안 팔릴 수 있다”면서도 “인간의 영혼은 한 가지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 다양한 수용성을 믿고 내 영혼을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 30대부터 소망이 책을 쓰다 책상위에 엎드려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글을 쓰겠다”고 했다.

(사진=해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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