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SRE]포스코, 흠집 난 ‘AAA’

[워스트레이팅]사업확장에 차입금 증가…경쟁력은 약화
  • 등록 2015-05-12 오전 7:00:00

    수정 2015-05-12 오전 7:41:1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크레디트업계에서 AAA등급 위상이 그렇다. AAA등급 기업은 일시적으로 업황이 나빠졌을 때도 재무지표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극소수의 기업만이 AAA등급을 받는다. 포스코도 마찬가지였다. 포스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세계적 수준의 철강기업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에서도 포스코에 대해 국가 신용등급와 맞먹는 등급을 매겼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이 달라졌다. 21회 SRE에서 신용등급이 적정하느냐는 질문에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173명 가운데 43표(24.9%)를 받았다. 두 번째로 많은 득표수였다. 19회 SRE에서 ‘모기업이나 계열사 지원 없이 계열사 신용도가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룹’을 묻는 질문에 2위로 처음 등장해 20회 SRE에 이어 이번 SRE에도 이름을 올리며 단골 손님이 됐다.

‘新성장동력’에 기대 걸었지만…

포스코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철강 외에 다른 업종으로도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서 시장의 의구심도 비롯됐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3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포스파워,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등 총 9개 기업을 사들이며 M&A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대우인터내셔널을 포함한 인수대금은 총 4조원이 훌쩍 웃돌았다. 계열사 수는 2009년 36개에서 2012년 말 70개까지 늘었다.

포스코가 사업 확장에 나서는 동안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2009년 말 8조358억원에서 2013년 말 4조2085억원, 지난해 말 3조8112억원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총차입금을 웃돌던 현금성자산 덕분에 사실상 무차입 상태였지만 사업 확장에 순차입금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3조6170억원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전임 정준양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인수대상자의 이익 창출 능력이 시원치 않았다는 데 있다. 계열사는 늘었지만 포스코의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10년 8조6892억원에서 지난해 6조452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영업현금흐름(OCF) 또한 비슷한 흐름이다. 2010년 8조원대이던 OCF는 2013년 4조8581억원, 지난해 3조412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본업 경쟁력도 약해져

탄탄했던 철강 본업에서의 경쟁력도 약해졌다. 범현대가 물량을 기반으로 한 현대제철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에서 반독점 상태이던 지위가 흔들렸다. 2010년 철강부문 영업이익은 5조2182억원에서 지난해 2조267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특히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에서는 판매량 기준 수출 비중이 2011년 39%에서 1분기 50.5%로 처음으로 내수 비중을 앞질렀다. 그렇다고 수출에서의 이익 기여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박혜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제철소는 지난해 가동을 본격화했지만 연간 목표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으로 이익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상공정 설비가 부족한 동남아 지역에 반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전기로 업체도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과반을 차지하던 포스코그룹 관련 물량이 지난해 20%대로 떨어졌다. 제철 플랜트에 강점을 보유했지만 철강업황이 나빠지는 지금, 발주 자체가 축소돼 불확실성이 크다. 재무지표상으로 봤을 때 영업현금흐름(OCF)은 2013년 3834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810억원으로 돌아섰고 같은 기간 순차입금은 1조3189억원에서 1조5028억원으로 늘었다.

한 자문위원은 “포스코의 자체 경쟁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포스코그룹에 의존하던 포스코건설이 같은 등급 ‘AA-’의 현대건설과 맞먹는 재무지표나 건설사로서의 시장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지치기’ 나선 포스코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꾀했다.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고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슬래그를 분말화해 시멘트업체에 판매하는 포스화인 매각 작업에도 착수했다. 지난해 11건의 구조조정을 성사시키며 2조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무지표는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3년 말 26조2466억원에서 지난해 말 27조4282억원으로 외려 늘었다. 2009년 58.9%에서 2010년 82.6%로 80%대에 진입한 부채비율은 지난해 88.2%로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포스코는 지난해 6월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지난 4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가 AAA에서 AA+으로 등급을 강등하면서 AAA등급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AAA에서 AA+로 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포스코가 처음이다.

NICE신평은 지난해 6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트리거(Trigger)로 연결기준 EBITDA 대비 총차입금 4배 초과를 내건 바 있다.

최중기 NICE신평 평가전문위원은 “포스코특수강 등의 매각으로 현금이 들어와 총차입금이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지만 실제 이에 미진했다”며 “현대제철의 성장과 함께 계열사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 등 역시 등급 강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수사, 구조조정 차질 우려

더군다나 최근 포스코건설에서 비화된 검찰 수사도 포스코그룹에 부담이다. 비자금 논란만이 문제는 아니다. 속도 내던 구조조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일단 지난 3월 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포스코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건설 분야 합작사업 협약이 미뤄진 상태다.

이와 함께 패지키로 묶여있던 PIF의 포스코건설 지분 40% 인수 건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에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외 시황 부진에도 철강 본원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2%, 7.3% 증가했다”며 “2016년 연결기준 EBITDA 8조5000억원, EBITDA 대비 총차입금 3배 달성을 목표로 경영활동을 추진하고 있고 첫해 EBITDA 6조5000억원, EBITDA 대비 총차입금 4.4배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이후 리튬사업, 니켈융복합제련사업 등 고유개발기술 검증해 미래 먹을거리 신사업의 상용화 기반을 구축했다”며 “아울러 올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하는 한편 포스코와 시너지가 미흡한 사업을 매각하고 자산을 정리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1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1회 SRE는 2015년 5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문의: stock@edaily.co.kr]

▶ 관련기사 ◀
☞ [21st SRE]삼성이라는 이름값의 충격
☞ [21st SRE]갈림길에 놓인 동국제강
☞ [21st SRE]대한항공, 유가하락에도 가시지 않는 우려
☞ [21st SRE]시장 뒤흔든 M&A...채권 투자자 보호 '불충분'
☞ [21st SRE]채권시장 뒤흔든 M&A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