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탐정]정경유착 끝판왕 엘시티…이영복 어떻게 자물통 규제 풀었나

2조 7000억 규모 초대형 사업..정관계 로비의혹 휩싸여
상업시설서 주거시설도 포함..해안가 60m 고도제한도 풀려
“있을 수 없는 일”..업계, 거물급 인사 개입 중론
지자체 인허가에 결정되는 건설업 구조도 문제
“부산 토호세력 무대포 추진 성향 고스란히”
  • 등록 2016-12-08 오전 6:30:00

    수정 2016-12-08 오전 6:30:00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불안한 정국 속에 세간의 관심을 모은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들어서는 초고층 복합단지 엘시티(LCT) 건설 사업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엘시티 사업의 시행사(엘시티 PFV)의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5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려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돼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로비사건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횡령한 금액 때문이 아니다. 각종 규제에 막혀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사업을 어떻게 승인을 받고 진행시킬 수 있었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이다.

주거시설 건축 ·60m고도 제한도 풀려

총 사업비 2조 7000억원 규모의 엘시티 사업은 오는 2019년까지 101층짜리 랜드마크타워(호텔) 1개동과 85층짜리 주거 타워(아파트) 2개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2006년 11월 부산시가 현재 사업지역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명칭은 ‘해운대관광리조트’로 해운대관광특구 내 장기 미개발로 방치돼 슬럼화된 지역을 관광·휴양·레저·여가 등 사계절 체류형 관광시설로 조성하는 게 목표였다.

2007년 공모요건을 보면 관광시설용지에 적합한 시설을 도입하되 주거시설과 오피스텔은 제외돼 있다. 하지만 엘시티로 사업명이 변경된 이후 단지에 주거시설까지 포함되는 등 도시계획이 변경되면서 건축제한이 풀렸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은 불허한다는 방침이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엘시티 시행사 요구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6만 5934㎡의 부지 면적 중 52%를 차지하는 해안 쪽 땅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중심지 미관지구였지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미관지구로 일원화됐다.

2009년 해운대구청이 부산시에 ‘도시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했고, 시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 가결했다. 부산시는 또 해운대해수욕장의 경관개선지침도 완화해 해안가 건축물 60m 고도 제한도 풀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토지 용도변경과 인허가 문제 때문에 원래 불가능한 사업이었다”며 “모두가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업이 어떻게 한 사람의 힘으로 인허가가 났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 최초 시공사였던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S)가 떠나고 굴지의 국내 대형건설사들도 꺼리던 사업을 포스코건설이 맡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건설업계에서는 의아해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정·관계 고위급 인사의 관여 없이는 엘시티 사업은 불가능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해당 지역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해놓은 규정 내에서 사업방향을 설정한다”며 “이번처럼 특정시기에 철옹성 같은 규제가 풀렸다는 것은 행정업무 처리를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가능한 것이지 단순 로비로 성사시킬 수 있는 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개입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부산시청 건설본부장을 지낸 엘시티 시행사 감사 이모(71)씨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가 지난 2009년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그해 12월 엘시티에 특혜성 행정조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거물급 인사의 개입도 확인됐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엘시티 비리에 개입하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부산지역내 토호세력도 한 몫”

통상 건설 및 건축 사업은 해당 지자체 인허가에 달렸다. 예컨대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에도 서울이나 광역시의 경우 자치구 주택담당과에 분양 승인 신청을 한 뒤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사업 인하가권을 쥔 지자체가 ‘갑’, 건설사가 ‘을’이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을 둘러싸고 불법로비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초대형 사업을 진행할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지자체 고위관료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계 인사의 개입이 있으면 사업이 쉽게 풀리는 것도 건설사업만의 독특한 인허가 규제 때문이다. 이번 엘시티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엘시티 로비 사건이 도마에 오르게 된 또 다른 이유로 부산의 지역 특성 때문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도시계획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면 엘시티 사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제도 밖에서 보이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있는 등 구조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부산은 토호세력들이 많고 이들이 똘똘 뭉쳐져 있다 보니 개발사업 건에 대해서는 전문가·주민의 입장은 듣지도 않고 그냥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엘시티 사태도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는 일어나기 힘들지만 부산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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