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임추위에서도 좁히지 못한 의견차이
BNK금융지주는 22일 오후 7시 임추위를 열고 자정까지 5시간가량 격론을 벌였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7일 최종 면접 후 바로 회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한차례 미뤄졌고 이번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다음 달 8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회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도 다음 달 8일에서 27일로 연기했다.
BNK금융 회장 선출을 위해서는 6명으로 구성된 임추위 중 4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내부인사인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과 외부출신인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두고 3대3으로 팽팽하게 갈린 상황이다.
임추위원은 윤인태 법무법인 해인 대표변호사, 이봉철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부사장, 문일재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김찬홍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차용규 전 OBS경인TV 대표이사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던 성세환 전 회장까지 7명이었지만, 성 전 회장이 사임하면서 6명으로 줄었고 표가 반으로 갈리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열린 임추위에서는 그동안 중립이었던 롯데 측이 박 대행을 지지하면서 표가 동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국민연금에 이어 BNK금융지주의 2대 주주다. 롯데가 BNK금융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김 전 부회장과 박 대행을 지지하는 쪽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18일 연기‥시간끌기용?
한차례 연기한 데 이어 다음 임추위를 무려 18일 후로 잡은 것은 김 전 부회장 선임을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기수 선배인데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서 경제자문을 맡은 바 있어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인선이 길어질수록 외부인사에 대한 반대논리가 잦아들고 조직피로도가 쌓여 누가 되든 빨리 진용을 갖춰 조직 안정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 회장 인선이 늦춰지면서 23일로 예정됐던 부산은행장 인선도 일단 연기됐다. 다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박광일 BNK 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은 “일정이 미뤄지는 것은 노조 힘 빼기 측면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각종 기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BNK금융그룹 차기 회장과 부산은행장은 내부인사라 하더하도 엘시티 대출과 관련이 없는 인사, 내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선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 사이 박 대행에 대해 업무 스타일이 권위적이고 성 전 회장 체제에서 일한 탓에 내부 반감이 상당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된다.
과거 관치금융 시대에는 민간 금융사에 대해서도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밀어붙였지만, 전 정권에서 각종 인사청탁 등이 문제가 된데다 문재인 정부가 관치금융, 낙하산 인사 등 적폐청산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