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 문재인·김정은·트럼프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

대한민국 노벨상 수상 2000년 김대중 노벨평화상 처음이자 마지막
단골후보 고은 시인 미투로 가능성 제로…文대통령 수상 가능성 관심
文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위해 오는 12월 노르웨이 오슬로行 가능?
하노이 담판 이후 한반도 평화 진전 따라 ‘남북미 정상 공동수상’ 관심
  • 등록 2019-02-25 오전 6:00:00

    수정 2019-02-25 오전 7:04:57

사진=노벨상 홈페이지(www.nobelprize.org)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노벨상은 지구상에서 최고 권위와 공정성을 자랑하는 상입니다. 탄생에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여러 설이 있지만 1888년 프랑스의 한 신문에 났던 “죽음의 상인, 사망하다”는 부고기사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다이너마이트 발명으로 유럽 최대 갑부였던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오보’였습니다. 노벨이 아니라 프랑스를 여행 중이던 형의 사망소식이었습니다. 이는 노벨상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죽음의 상인”이라는 악평이 고통스러웠던 노벨은 거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면서 노벨상을 제정하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역설적으로 오보가 없었다면 노벨상 탄생도 없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매년 가을 ‘노벨상 가슴앓이’를 합니다. 평화, 문학,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상 발표 때마다 한국인 수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결과는 꽝입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미투로 이제 불가능해졌습니다. 희망은 오직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오는 12월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노르웨이 오슬로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을까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동행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상상만으로도 멋진 일입니다.

2018년 10월 5일 靑춘추관, 노벨평화상 발표 앞두고 하루종일 ‘초긴장’

2018년 10월 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생활하는 춘추관. 이른 아침부터 미묘한 긴장감이 팽배했습니다.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들뜬 기자들과 달리 청와대는 차분했습니다. 수상 여부에 대한 질문은 쏟아졌지만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식 반응이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도 “노벨평화상은 1월 31일이 추천 만료였다”며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노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건 그 이후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노벨평화상에 대해 염두에 둔 게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후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래도 액면 그대로 믿는 기자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대변인 설명에 반신반의했습니다. 노벨평화상 후보는 물론 수상자 선정과 발표는 모두 극비 사안입니다.

청와대라도 해도 사전에 알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었습니다. 실제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파격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더구나 당시 ‘래드브록스’ 등 해외 유명베팅 업체들도 문 대통령,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을 유력 수상 후보로 꼽았습니다. 수상자 발표를 앞둔 오후 6시가 다가오면서 춘추관 안팎의 긴장감은 점차 높아졌습니다. 오후 6시 정각.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발표 생중계로 지켜보던 기자들이 가벼운 탄성을 질렀습니다. 문 대통령은 수상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기자들의 퇴근길은 다소 허탈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수상이 확정됐다면 야근은 필수였습니다. 그래도 역사적 한 페이지를 기사로 작성한다는 점에서 기쁘고도 자발적인(?) 야근이었을 것입니다.

“노벨상은 트럼프, 우리는 평화”…지난해보다 올해가 수상 가능성 더 높아

국민과 달리 노벨평화상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제로’ 수준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축전을 통해 “노벨평화상 받으시라”고 덕담을 건네자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본인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습니다. 노벨상은 영예로운 것이나 우리에게는 ‘한반도 평화’라는 실질 성과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청와대도 비슷한 기류입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 노벨평화상추진위원회’ 구성 소식에 “말은 삼가고 몸가짐은 무거워야 할 때”라면서 “추진위원회 일은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스러운 일”이라고 손사래를 친 바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노벨상 사랑은 각별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수상소식에 “우리는 왜”라는 자성이 과학계를 중심으로 쏟아집니다. 매년 가을이면 고은 시인의 자택 주변에서 방송사 생중계 차량이 몰려든 것도 진풍경이었습니다. 포스텍 노벨동산에는 한국인 출신 수상자를 기대하면서 빈 좌대까지 마련돼 있을 정도입니다. 아쉽게도 DJ 이후 소식이 없습니다. 현재로서 최고의 가능성은 문 대통령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군사적 경고라는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평화의 싹을 틔워냈기 때문입니다. 베를린구상에서 시작해 평창올림픽 → 판문점 → 싱가포르 → 평양을 거쳐 ‘베트남 하노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및 북미대화 중재노력을 고려할 때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문재인 단독수상 ‘불편한(?) 왕관’…남북미 공동수상이 ‘가장 좋은 그림’

다만 문 대통령의 단독수상은 다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과거 DJ처럼 “북한에 다 퍼주고 돈으로 노벨상을 샀다”는 극우세력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5.18망언과 탄핵부정으로, 너무나 먼 길을 와버린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비판 대열에 올라탈 수 있을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불편한 왕관’에 불과합니다. 뜻하지 않게 ‘한반도 평화’의 공을 독식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운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그림은 남북미 3국 정상의 공동수상입니다. 세상에서 노벨상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수상은 천지개벽입니다. 국제사회의 인정 속에 단번에 정상국가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정책을 둘러싼 미 주류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잠재우며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재선으로 가는 디딤돌도 놓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노벨상 공동수상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상은 유럽중심주의 기제가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끝내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한 게 대표적입니다. 인권변호사와 촛불혁명 이미지의 문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약점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서구 기준으로 본다면 민주주의와 인권과는 거리가 먼 독재자입니다. 노벨상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대두할 수 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한반도 평화의 문이 열릴 경우 김 위원장도 세바퀴 중 한 축인 건 분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히 논쟁적인 정치인입니다. 지도자 자질과 품격이 수준 이하라는 비판이 적잖습니다. 게다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발언도 거칠고 도발적입니다. 다만 한반도 평화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분명한 업적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솔직히 나도 내가 왜 상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2019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 ‘한반도 평화 불가역’ 최고의 해피엔딩

베트남 하노이에서 27·28일 이틀간 김정은·트럼프의 역사적 담판이 곧 열립니다. 전망은 엇갈리지만 싱가포르 1차 회담보다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것입니다. 정상회담은 개최 합의에서부터 절반의 성공을 잉태한 최고난도의 외교적 게임입니다. 합의 없이 싸울 거라면 만날 이유조차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황금 빅딜’이 이뤄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우리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결과입니다. 이후 세계의 화약고인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뒤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이어질 것입니다. 다소 더딜 수 있고 때로는 혼선과 잡음이 불거지겠지만 평화의 큰 물줄기는 굳건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남북미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 등 남북미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수상만이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평화체제, 이른바 ‘불가역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안전장치가 될 것입니다.

반론이 없을 수 없습니다. 과거 1·2차 북핵위기를 해결했던 ‘북미 제네바 합의’와 ‘9·19 공동성명’은 평화의 이정표라는 찬사에도 파기된 전례가 있습니다. 북한이 협상으로 시간을 벌고 오히려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는 지적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타당한 지적이지만 과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문재인 기획·연출에 김정은·트럼프 주연으로 이뤄지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서사시는 남북미 정상들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나서는 ‘톱다운 방식’의 승부수이자 협상입니다. 실패는 곧 정치적 위기입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인민에게 약속한 빵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성공을 향해 내달릴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그동안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드는, 모든 정치·군사적 행위는 자살에 가깝습니다. 최악의 경우 ‘노벨상 박탈’이라는 불명예까지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민주화의 꽃’으로 불리며 전세계 양심의 존경을 받았던 미얀마의 국가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노벨상 박탈’ 여론에 시달리는 게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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